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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r 02. 2022

자식

자식

  부모라는 자리는 취미도 특기도 '자식 걱정'이다. 별일 없이 잘 지내는지? 끼니는 거르지 않았는지? 뭐 부족한 건 없는지? 하루하루가 아이들 생각으로 꽉 채워졌다. 오늘 같은 날은 더욱 진하게 아이들 생이 난다.


 이번 달부터 다섯 식구가 네 집에서 산다. 지난 한 주 동안 세 곳으로 이사를 했다.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았다.  우리나라가 그래도 그렇게 크지 않아서 다행이다.


  한 명은 대면 수업을 위해 떠났고, 다른 네 식구는 오늘이 각자 근무지를 이동하여 시작하는 날이거나 애초에 처음 시작하는 날이다. 설렘과 걱정으로 오늘을 채우고 이렇게 밝은 낮은 어둠으로 채워졌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그렇게 각자의 삶을 위해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다. 자식들은 심신이 비슷하게 성장해가는데 엄마는 그대로다. 아이들이 독립하는 건 당연한데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빈자리를 감당하기 힘들다.


  남아있는 자는 그렇게 외로움으로 몸부림치고 헤어진 지 며칠 안되었는데 벌써부터 그리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 이별은 순간인 것 같지만 그동안 긴 시간을 동행하였기에 그 긴 시간과의 헤어짐이 감당이 안 되는 걸 거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그냥 그만 컸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 비슷한 생각이 든다. 이미 집을 떠났지만 떠나기 전으로 계속 지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를 쿨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는 왜 이리 자꾸 눅눅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내 무덤 내가 파는 것처럼 생각에 생각을 더하니까 허전함만 더 커진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메아리 없는 속 마음을 그들은 아는지? "보고 싶다. 계속 같이 있고 싶다."이 말 또한 나 혼자 생각하고 나 혼자 삼킨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린 사람들은 다 내 마음 같을 것이다. 자식과 분리되는 순간에는.


  감정이 홍수를 이루니 나 혼자 감당이 안된다. 산다는 건 참 그렇다. 맵고 짜고 쓰고 그리고 달고. 이 오묘함의 파도를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된다. 감당이 안된다고 투정을 부려봐도 결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그들의 갈 길을 묵묵히 가야 맞고 어쩔 수 없는 자식 바보인 부모는 그렇게 홀로 감당해야만 한다. 더 많이 사랑 한자의 몫이다. 그들도 어느 때가 되면 자식을 낳아 지금의 나처럼 또 그들의 자식들을 향해 마음을 쏟고 있을 것이다. 삶의 윤회는 사랑의 돌림노래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취미와 특기를 잘 살려 그들을 향해 기도한다. 부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살라고 기도한다. 그들이 무엇을 하던 나는 내 마음대로 최고 전력을 사용하여 사랑한다고 전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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