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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r 12. 2022

사랑도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

  아주 오래전에 '사랑도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저게 무슨 말일까?' 사랑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까? 아님 사랑하는 사이에 사랑하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까? 어떤 의미로든 '사랑'이란 단어에 '노력'이라는 단어가 나란히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아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랑'은 그냥 '사랑'인 거지 순도를 언급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순도를 언급한다는 건 이미 '사랑'이 아니라 '의심'이라는 이물질이 섞여있다는 것일 거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는 건 '그래, 내가 사람인 거지!'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존재의 이유가 아닌가 한다. 어느 대학 입학식 때 그 대학 선배가 후배들에게 한 말 중에 '마음껏 사랑하라.'라고 당부하던 말이 생각난다. 귀담아들을 말이고 꼭 실천해야 될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수많은 작가들이 글을 남기지만 스스로 쓰는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랑은 영혼의 식량 같은 것이다.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효기간이 있는 건 현실인 것 같다. 그 유효기간을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여 영원토록 사랑을 유지시켜주는 존재가 '자식'이 아닌가 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천륜'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적어도 부모는 자식을 향해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


  그런데 세상이 많이 삭막해져서 부모 중 특히 아버지가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시간을 함께할 기회가 많지 않고 일에 집중하다가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할 시간이 돼서 더욱 거리를 느끼다가 서먹한 관계가 되고 만다. 그러다가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를 잊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는 가족들로부터 심한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생기면 '나'는 없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만 두 어깨에 짊어지고 처절하게 저벅저벅 살아가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요즘 청년들이 결혼을 꺼린다. 태어나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나'가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의문을 가지면서 그런 결정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 혼자 살던 가족을 이루고 살던 삶의 무게는 녹록지 않다. 외바퀴로 긴 여생을 살아간다는 건 그만큼의 어려움이 있다.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의 안정감이 긴 인생길에는 더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


  옛말에 '가난이 우애를 깊게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좀 부족하면 생활 자체가 서로 양보할 일이 많이 생기고 챙기게 되는 걸 보면 맞는 말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잘 살아보자.'는 슬로건을 마음에 세기고 쉼 없이 뛰었다. 못 먹고살던 시절을 경험했던 부모 세대는 자식들에게 그 어려움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런 노력 끝에 '잉여 상태'가 되었다. '잉여 상태'가 되어 여유로워졌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소비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게 과소비가 생활화되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는데 심리적인 빈곤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 진한 피로 맺은 관계도 물질적인 잉여 상태에서는 모레알이 되고 마는 것 같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도 그 미세함의 차이가 그 가치를 좌우한다.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칫 간과하고 넘어갈 만큼의 그 작은 차이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 같다. 람이 또 살다 보면 그렇게 세세히 챙기면서 살지 못하여 스스로 자갈길을 자처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간다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노력하는 사랑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자문을 하게 되는데 사는 것도 시기별로 구분이 되듯이 사랑마저도 시작과 중간 그리고 완성단계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사랑도 상황이나 시기별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욱 성숙한 완성도 있는 사랑을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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