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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Oct 01. 2022

나는 누군가에게

통계, 기억

  일을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아이들의 혈액형에 대하여 그리고 서로의 혈액형에 대하여 얘기를 나눴다. 서로 갖고 있는 기억을 들춰보면서 자신들이 느꼈던 그간의 혈액형별 성향을 말하면서 그래도 본인과는 어떤 혈액형이 잘 맞는다는 얘기를 엮어갔다. 자칫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관계를 그르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혈액형은 누적된 통계가 만만치 않아서인지 거의 일치한 것 같다. 아니면 어쩌면 사람이기에 거의 교집합이 많아서 맞다고 생각되는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나도 누군가에게 그의 쉐마에 깊이 각인되는 통계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 씨 성을 갖은 이의 경우, 여자의 경우, 오십 대인 경우, 내 혈액형일 경우, 어디 지역이 고향인 사람의 경우, 어디에서 사는 사람의 경우, 아이가 셋인 사람의 경우 등등 내 삶의 흔적이 기록으로 집계될 수도 있다. 를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통계의 한 조각이 되었을 수 있다.


  직장인이 되어 신입일 경우 마음속으로 작은 각오를 하며 시작했다. 나의 스승, 나의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않게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었다. 거의 비슷한 마음으로 결혼을 하여 신혼일 때 시댁 어르신들을 대했었던 것 같다. 내 이름을 걸고 생활하지만 내 이름에는 내 부모님이 담겨 있다는 생각으로 매사 조심하면서 살았었다. 성심으로 기르신 내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 나는 내게 절제라는 가위를 들이밀었었다. 거의 매번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았었던 것 같다. 그런 시간들이 나의 나이테가 되어 이렇게 지금의 내가 된 것일 거다.


  '나는 누구인가?' 딱히 명료하게 나를 내가 아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내게 확대경을 들이밀어도 개운하게 나를 다 알지 못한다. 그래서 거울 대신 내 주위의 사람들을 살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닐 거란 믿음이 있기에 나를 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서 확인한다. 그리고 좀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어떻게 보이는가?'라는 게 좀 거부감이 들지만 그래도 귀를 열 수밖에 없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직접 묻고 객관화된 나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그들의 소리는 나를 확인하는 방법도 되지만 나는 그들 나름의 판단력의 기준이 되는 통계의 일부분이 될 수도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나는 내 이름 속에 어떤 내가 담기길 원할까? 역사 속의 인물 중엔 우리 큰아이가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 같았으면 좋겠고 내 삶 속에서 보아 온 현존하는 인물은 우리 엄마 같길 원한다. 내가 보아온 우리 엄마는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외모는 아주 많이 닮았다. 초등학교 공개수업에서 참관하면 아이들은 작은 그들의 부모였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었기에 그렇게 닮았나 보다. 그런 맥락에서 나 또한 많은 부분이 우리 엄마와 닮아 있을 거란 기대를 한다.


  내가 나의 엄마와 닮았듯이 내가 낳은 아이들도 나와 많이 닮아 있을 것이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우리 엄마를 닮고 싶은 분으로 꼽듯이 언젠가는 나의 아이들도 나를 닮고 싶어 할 수 있도록 잘 살아야 한다. 막내가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멘토를 '엄마'라고 했었다. 뜻밖의 말을 듣고 놀랐었다. 어린 막내가 고마웠다. 속마음은 '우와, 잘 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훗날 막내가 지금의 내 나이가 되어서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온 세상이 내 것인 것 같은 새벽 세시,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라고 한 '김춘수 님의 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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