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 long Jan 15. 2023

점령군

코로나19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기억이 성장의 자양분이 될 수도 있지만 망각은 생존의 필수조건이 아닌가 싶다.

그 망각을 순리대로 그냥 놔주고도 싶지만 그래도 이 특별한 경험을 망각하고 싶지만도 않다.


 일제강점기도 6.25도 겪지 않았다.

중학생 때 학교 앞 도로를 수도 없이 중무장한 군인차가 지나갔었다.

5.18이었다.

은행 금고에 소중한 것들을 보관하는 일이 생기고 연일 국가 부도 상태가 될 거라는 뉴스가 쏟아졌다.

부도난 기업이 많아지고 생을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이혼가정이 늘어난다는 뉴스는 결국 IMF의 지배를 받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공기가 생명을 위협하고 소 돼지 닭오리들이 병들어 생매장을 당하고 농작물이 탄저병에 시달렸다.

언급하기도 싫은 다양한 전염병이 사람들을 위협하고 사리지고를 반복했다.


  2020년 초부터 우리나라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 명 한 명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의 동선이 세부적으로 적힌 안전문자가 왔다.

환자가 발생한 건물은 출입이 통제되었다.

어떤 기관도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팬데믹은 세계를 마비시켰다.


  3년간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2023년 1월 현재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중병에 걸렸다.

코로나19 환자가 되었다.

직장의 여러 사람들이 걸렸다 출근하기를 반복하자 뭐 별거 아닌가 보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 큰아이와 셋째가 걸렸었는데 그때까지도 이렇게 아픈 병인 줄 몰랐었다.

쓰나미가 핥고 간 것처럼 전신이 초토화되었다.

3일째 되던 날은 어지럼증까지 동반하자 "초기엔 그래서 사망자가 많았잖아요."라고 하던 의사분의 말이 생각났다.

'죽겠구나, 죽을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부터 '죽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에 쓴 입맛에도 뭔가를 입에 넣었다.

여전히 약을 먹기 위해 식사를 하지만 그래도 먹고 싶은 음식도 생겼다.


  끝이 어딘지 모르는 긴 터널을 우리는 묵묵히 마스크를 쓰고 지나고 있다.

내 몸속으로 들어오기 전의 나일 수밖에 없는 모든 대자연속의 산물들이 아고 있다.

아파하는 걸 보면서도 실감하지 못하는 우둔함을 전 지구인에게 경고하고 있다.

죽을 거니? 살거니? 죽어도 모르겠니?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공생의 길을 찾아야겠다.

이제라도.

점령군에게  두 손들고 아프다고 징징댈 수만 없다.

작가의 이전글 대동소이와 천태만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