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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Feb 11. 2023

나 아직 늙지 않았구나!

전자책, 나

  언 땅이 서서히 녹고 양지에서 초록이 움트는 계절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어느 시기가 되면 언 땅처럼 멈춰 서게 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저도 글을 쓰는 게 좀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내게 전자책을 출간하겠냐는 제안을 해주는 출판사가 있었습니다.

뜻밖의 제안에 현실인가 싶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결과를 떠나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일상이 밋밋하고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호수에 '풍덩'하고 돌 하나를 던지듯 고요한 내 일상에 활력이 되고도 남는 센세이셔널한 일이었습니다.

마치 십 대의 나로 돌아가서 구름 위에 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루하루 메일을 기다리면서 출간을 향한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삼일 전 드디어 내게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한 주소 생년월일 계좌번호 등을 요청하는 메일이 왔습니다.

원하는 답을 하고 사람이 만나면 명함을 주고받듯이 업체의 담당자명과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의외의 답변이 왔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면 다 적게 되어 있는데 담당자명과 연락처를 물었다고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습니다.

믿기지 않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소망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뜻밖의 일로 멈춰버리고 말았지만 제 글에 가치를 부여해 주고 제안해 준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마음은 진심입니다.


  어제 새벽부터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보의 바다를 마음껏 뛰어들었습니다.

그간은 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못했을까?

우리 큰아이가 전자 서점에서 책을 구독한다고 했을 때만도 '오~, 그런 게 있어?!'정도의 반응을 보였을 뿐입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출판사만의 전유물로만 알았습니다.

그런 영역을 겁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고군분투 끝에 어젯밤까지 전자책 출간 승인 대기 중으로 만들었습니다.

ISBN을 신청해 둔 상태입니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 나 홀로 출간을 진행했던 것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기니, 기회니, 그런 저런 생각도 생각이지만 '나 아직 늙지 않았구나!'라는 과대망상이라고 할 법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누구의 도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작은 꿈을 실현하는 일이 나 홀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꿈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생 잔잔하고 연한 나의 나이테가 말해주듯이 돌다리도 두드리는 과한 조심성으로 살아온 내가 이제는 조금 무모해져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더불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죽은 나무처럼 생긴 나무에 물이 오르듯 나의 글 쓰는 일이 생기를 찾을 수 있는 동기가 생겼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감나무 밑에 감이 떨어질 때를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었던 나의 출간의 꿈이 현실이 되다니 감회가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환갑 전에 책 한 권 쓰고 싶다는 소박한 나의 꿈이 이렇게 빨리 그것도 스스로 가능해진 것은 형언하기 힘든 기쁜 일입니다. 리고 이번 기회에 느낀 사실은 나를 멈추게 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를 나아가게 하고 살아 있게 하는 것 또한 나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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