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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01. 2023

살기 위한 방법

인생

  긴 장마 끝이라 폭염이 허공을 태우는데도 갈증을 느낀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체중계가 기록적인 숫자를 선보이듯 온도계가 신기록을 기록하고 있다.

무더위라는 단어로는 좀 많이 약해서 폭염이란 단어를 쓴다.

폭력적인 더위라는 해석을 하고 싶은 폭염이 움직임을 멈추게 만든다.

그런 날씨에 큰아이와 나란히 뒷산을 올랐다.

더위를 피해서 새벽같이 텃밭에 다녀왔지만 큰아이가 좋아하는 거라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다시 산엘 갔다.

오랜만에 집에 온 큰아이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걷게 되면 더위 따위는 문제도 아니다.

"원래 난 습도 없이 쨍한 여름날을 좋아해." 그랬다.

'명징(明澄)'이란 단어도 좋아한다.

정말 행복했을 때 맑고 깨끗한 웃음을 웃곤 했다.

그런 웃음을 갖았던 때가 있기는 했나 싶을 정도로 아련해져 버렸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거울에 비친 난 온몸이 노화된 것도 부족해서 표정까지 늙었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당신은 앞뒤가 똑같아."

"엄마는 투명인간 같아요."

나란 사람은 힘든 일이 생기면 그걸 극복하는 방법이 힘든 상황을 반복해서 말해서 내 몸속에 남아있지 않게 만들겠다는 듯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러면 좀 진정이 되고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주위에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정성 있게 들어줘서 그나마 이렇게라도 살아있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내가 왜, 표정까지 늙어버렸을까?

그건 누구나 느끼는 절대적인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절대적이라고 포장해 버리는 철없이 욕심부리는 '기대'

즉 군중 속에서 느끼는 상대적인 외로움이 그 이유 중에 하나다.

한때는 그런 감정을 갖기도 해 봤지만 부질없다는 생각에 얼른 감추고 살다가 슬그머니 포기해 버리는 것, 그게 내 표정 속에 스며들어버렸을 것이다.


또 하나는 당구공처럼 가까운 사람이 정보를 제공해서 덜 가까운 사람이 상처를 가했는데 감당이 안되고 화마처럼 심장을 태워버리는 아픔을 겪게 된다.

직접적인 가해하는 이가 용서하기 힘든 그 대상이지만 가까운 사람이 씨앗 정보를 줬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한데 함께 쭈욱 가야 하기에 비굴하게 덮어버린다.

이게 인생이다.

人生이 忍牲인 거다.

참고 희생하는 그 마음이 얼굴 속에 다 담기게 되어 거울 속의 표정이 된 것이다.

투명인간도 큰 물줄기를 바꾸었을 때 생기는 더 많은 이들의 희생을 원치 않기에 간혹 스스로도 찾을 수 없는 깊은 곳에 마음을 숨기며 살곤 한다.

부질없는 욕심이 표면적인 친구라도 '친구'라고 이름하는 이들을 갖고자 한다.

어쩌면 우리 몸속에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듯이 진정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친구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친구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수행을 하는 수도자처럼 스스로를 정화시키는 노력을 하면서 유해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석가의 표정을 동경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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