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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06. 2023

엄마, 사랑해서 죄송합니다.

부모 자식 그리고 인생

  세상에 이런 삶이 있다는 걸 엄마도 모르셨지요, 저도 몰랐습니다.

꺾인 장미꽃처럼 자꾸 목이 뒤로 꺾이는 모습을 뵙게 되니 말할 수 없이 참혹한 심정이었습니다.

언제처럼 목에 뭐가 들어가서 내려가지 않았나 싶기도 하는 생각도 들면서도 별도리가 없어서 말씀도 못하시는 엄마에게 점점 큰 목소리로 목을 가누도록 노력하시라고 당부 당부 해 보았었습니다.

목을 가누시지 못하니 이제는 휠체어로 외출하기 힘들게 되어 침대로 면회만 가능하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간절하게 사정해 보았답니다. 어떻게든 밖엘 나가서 햇볕이라도 쐬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해보았습니다.

면회 다음날 다시 간호사분께 전화해서 엄마 상태를 확인하고 목이라도 가누게 어떻게 할 수는 없겠냐고 물었습니다. 그제는 이 주 전보다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뵙게 되어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눈에 총기도 더 있고 목도 꺾이지 않아서 다행이고 고마웠습니다.


  이름만 자식이지 아무것도 못 해 드리는데 그래도 엄마를 사랑합니다.

엄마를 너무 많이 닮은 셋째는 어려서부터 엄마를 많이 가여워했었습니다.

그런 엄마가 진짜로 더 많이 가여운 모습으로 계시니 많이 속상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아이가 한 단어 두 단어 한 문장 두 문장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면 아무도 못 알아들어도 엄마는 알아듣고 통역까지 하게 됩니다.

어린아이와 엄마는 그런 과정을 겪고 온전히 대화가 가능해지는 때가 옵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엄마의 언어가 따로 있었습니다.

그 어떤 나라의 언어보다 더 알아듣기 힘든 엄마의 언어를 그래도 저는 많이 알아듣는 편이었습니다.

그런 저도 뭘 사다 드리면 한결같이 싫다고 아니다고 답하셨을 때 같지만 같지 않은 부정하는 답들 중에 그래도 좋다는 의사표현이 있는데 그걸 구분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뇌경색으로 아주 말씀을 못하게 된 까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진짜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싫다고 하셨을 때도 있었고, 마음에 들지만 자식걱정에 좋다고 내색하지 못하시고 반대로 화를 버럭 내셨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언니들이 엄마는 집 떠나는 자식들 배웅도 안 나오시고 밭엘 가시냐고 섭섭해하곤 할 때도 저는 엄마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어린 자식이 객지에서 얼마나 고생할까를 걱정하고 집을 나서는 걸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새벽같이 밭엘 가시는 걸 저는 눈치챘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생전 해보지 못했던 밤에 논에 물을 대러 가시던 엄마를 저는 정말 많이 애처롭게 생각했었습니다. 엄마를 닮아서 심하게 겁이 많은 저는 엄마가 밤길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도 알았었습니다.

그런 엄마가 저더러 같이 살자시던 걸 엄마의 마음을 저는 다 알면서도 그래도 그런 엄마를 두고 서울로 갔었습니다. 아들 없어서 한스러워하시던 아버지 산소에 비석도 세워드리고 싶었고 엄마가 자랑스러워하는 딸이 되고 싶었습니다. 마와 저는 서로를 많이 애처롭게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하겠다고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집에 머물렀을 때 엄마는 제게 마음을 보이셨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널 공부를 시켰어야 했다. 부족한 엄마가 그걸 몰랐다."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공부를 아주 그만두는 게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대학 보낼 형편이 못 되는 엄마 걱정하실까 봐 단 한 번도 내색해보지 못했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많이 감사했었습니다. 저보다 엄마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서라도 결혼해서 대학을 졸업했었습니다.

결혼하고부터는 시부모님 공경하고 현모양처가 되는 게 내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바보처럼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못했었습니다.

병석에 계시는 엄마께 지금도 아무것도 못하는 못난 자식입니다.

편마비에 식사도 대소변도 말씀조차도 못하시는 엄마가 너무나 애처롭습니다.

처음엔 말씀이라도 하시면 덜 서러우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숙명처럼 또 받아들여야 되는 마당이라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는 엄마를 받아들일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늙어서 병원비라도 있어야지 않겠냐고 쌈짓돈을 꼭 쥐고 계시던 엄마는 그 피같이 모은 돈을 말씀처럼 쓰고 계시다는 걸 알고는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결같이 자식걱정인 엄마는 당신이 아플 때까지도 자식들 짐이 될까 봐 걱정이셨습니다.

엄마, 죄송합니다.

존경한다고, 사랑한다고 말뿐인 제게 많이 서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를 많이 닮아서 저는 정말 좋습니다.

깊은 엄마의 마음을 더 많이 닮고 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엄마 그대로의 모습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엄마, 사랑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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