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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10. 2023

진정한 독립

독립

  휴일도 아닌데 하루종일 혼자 집에 있다. 문을 꼭 잠그고 가끔 창밖을 내다보면서 나무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확인하기도 하면서 태풍경로를 듣곤 한다. 어제 텃밭에서 따온 녹두 껍질을 하나하나 까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나란 사람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를 생각하는 고요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태풍 때문에 비도 많이 내렸는지 파도소리처럼 도로 위의 물살 가르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어떤 방면에서든 성공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극한의 노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걸 목격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보다는 많이 못 미쳐서 성공한 사람 축에는 해당되진 못했지만 딱 성공 직전의 사람들엔 해당할 정도로 근면 성실하게 살았지 않았을까 하는 스스로의 평가를 해본다.


  일찍부터 누구에게 의존하거나 독립적이지 않았던 때가 거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 셋을 낳아 셋 다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장성한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 상황에 갑자기 '독립'이란 두 글자가 내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까? 우리 엄마가 딸인 나를 향해 늘 걱정이셨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떻게 키우려고 아이를 셋씩이나 낳았냐고 까지 하시면서 걱정하셨었다. 제 걱정은 접으시라고 저는 천 원이 있으면 있는 대로 만원이 있으면 또 그것에 맞춰서 잘 살 거라고 엄마 걱정을 잠 제우려고 마음을 썼었다. 마음을 쓴 것 이상으로 누구에게도 힘든 내색한 적 없이 아이 셋을 건실하게 키웠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갑자기 '독립'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제한되어 있고 그 이후의 생활을 위해서는 스스로 준비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평생 누구에게 힘이 되려고 했지 누구에게 짐이 되어본 적 없었는데 정년퇴직이 코앞에 이르게 되니 어울리지 않게 누구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젊음은 그냥 앞만 보고 달리고 또 달리는 시기였었나보다. 그 시기가 지났는지 이제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비슷한 또래분들이 노후 걱정을 해도 남의 일처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요사이 남일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대로 말하자면 내 노후 보다 자식들 자리 잡고 살 수 있도록 내가 뭘 해야 될까를 쉼 없이 생각했었다. 그런 사람인데 요즘 들어 짐이 되지 않는 게 자식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마침내 진정한 독립을 위한 마음가짐이랄까 아님 준비를 어떻게 해야 될까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노후에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한 나만의 마음가짐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적인 면은 기본이고 정서적인 독립을 위한 방향설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자식을 그리워한다거나 자식을 기다린다거나 자식을 향한 마음단속을 하는 훈련을 하고 스스로 멋지게 살아가는 스스로를 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제야 진정한 스스로를 위한 삶이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자식들이 나를 의지하지 않고 독립하도록 기회를 주고, 나 또한 향후 자식들을 의지하려 하지 않는 진정한 독립을 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서로를 위한 바람직한 선택인 것 같다. 지난날의 삶도 거뜬히 살아왔듯이 앞으로의 삶 또한 멋지게 잘 살아갈 것이라고 스스로를 응원하고 싶다.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지 말자. 제대로 자유를 느끼면서 멋지게 산다는 게 뭔지 느낌 부자처럼 마음껏 느끼면서 살자. 누구보다 이제라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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