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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23. 2023

주객이 전도되었다.

모기, 적반하장

  대도시에서 살면서 모기에 물려 고생했던 기억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텃밭을 일구고 나서부터 온몸이 성한 곳이 없다. 어느 때는 얼굴이 복어처럼 퉁퉁 부어서 직장에 간 적도 있었다. 주변분들이 왜 병원엘 가지 출근을 했느냐고 걱정할 때도 있었다.


모자에 마스크 목엔 스카프 한여름에 두꺼운 옷 그게 텃밭을 가는 복장인데도 발목 손등 얼굴 빈틈 옷 위로 다리 곳곳 등 수많은 곳을 모기에 물린다. 방마다 모기 물린 후 바르는 약병이 굴러다닌다. 초동방어를 하기 위해 특수복을 인터넷으로 구매할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걸 구매해서 잘 이용할 것 같지 않아서 그만뒀다.


그런 모기가 얼마 전부터 집에까지 들어와서 물기시작했다. 밭엔 수백 마리인데 집엔 아마도 한 마리 많으면 두 마리가 있는 게 분명한데 그걸 잡지 못하고 쏘이고 있다. 안방에 들어와서 '나 여기 있오' 식의 모기 특유의 소리를 내고 활보하자 잡기 전엔 잠을 청하지 않겠다고 전쟁모드로 임했지만 끝내 잡지 못하고 모기한테 안방을 빼앗기고 안방문을 닫고 거실로 피신을 와서 뒤척이다가 잠 못 이루고 있다. 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태다.


  오늘은 일진이 많이 안 좋은 날이다. 동이 트기 전에 텃밭엘 갔다. 부추를 뜯어서 어젯밤에 삶아둔 녹두와 전을 부쳐서 직장동료들과 함께 먹으려고 손바닥만 한 부추밭엘 갔었다. 밭 경계에 토란이 밀림처럼 뒤덮고 있어서 그 너머의 사정을 몰랐었다. 그런데 부추밭을 가는 중에 내 밭 바로 위의 밭주인이 내 밭과 경계에 있는 내 소유의 둑을 절반을 점령하여 말뚝을 박아서 확장해 버렸다는 걸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장마철이면 무너지기 일쑤라 최소한의 둑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예전부터 탐을 내는 걸 안된다고 말도 하고 신선초를 심어서 넘어오지 못하게 경계 표시를 확실히 했건만 그걸 지키지 않고 절반을 큰 쇠봉을 수없이 박아서 확장해 버렸다. 통반장역할을 하시는 분이 세상에서 처음 듣는 악담을 해대면서 단속을 하곤 했는데 둑을 탐한 그 밭주인이 마늘을 수확해서 주더라고 하더니 삼일 전에 알았다면서 아무 말도 안 했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는데 그 둑을 아주 깎아내려버려야 될지 고민 중이다. 누구 하고도 싸우고 싶지도 않고 땅을 더 차지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고 막무가내식인 사람을 묵인하고 싶지도 않다. 평화롭게 질서를 바로 세울 방법을 찾고 있다.


  얼마 전엔 산과 경계에 있는 곳에 있는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곳에 취나물을 심어두었는데 옆에  밭을 경작하는 분이 호박을 심어서 그 손바닥만 한 곳으로 호박넝쿨이 오게 만들자 싸우기도 싫고 그냥 보고 있을 수도 없어서 호박나무를 구해서 경계에 심어놓고 속으로 마나 통쾌해했는지 모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 작은 장소에서 일어난다. 마치 영토 확장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한낱 미물인 모기한테도 수도 없이 당하면서 영물인 인간들에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리하면서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사노라면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인 경우가 있다. 아주 정면에서 똥을 싸고도 되려 성을 내는 사람이 있다. 빤히 보면서도 그 속내을 알 수가 없어서 유구무언(有口無言)인 상태가 되어버리는 적이 많았다. 그때마다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질책하곤 했다. 질책만 했지 시간이 지나고도 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기 일쑤다.


  '지혜는 무슨 지혜?'라고 비웃을 것만 같다. 모기가.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 잠 못 이루고 끝내 동이 트게 생겼으니 내 꼴이 말이 아니다. 그나저나 모기는 지고 이기고를 떠나서 기생충이니 그러려니 하자. 그런데 왜, 멀쩡하게 생긴 사람들이 분별없는 짓을 밥먹듯이 할까? 곳곳에 비정상인 사람들이 많으면 몇 안 되는 멀쩡한 정상인 사람이 비정상인 사람 취급을 받곤 한다.  지혜도 없고 당하기 일쑤이면서 그걸 묵인하거나 감래 하지도 못한다.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싸움에서 이긴다고 했던가? 그런데 적반하장인 사람들의 속내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나를 아느냐? 그것도 글쎄? 정상인데 비정상 취급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나다. 병법을 연구하고 연마하는 무사도 아니고 사람 사는 세상이 왜 이리 공격하고 방어하고 이모양인지 모르겠다. 미물인 모기한테 그리고 영물인 사람에게 다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버둥거려야 하는 게 이게 맞나 싶다.


까만 창밖은 천둥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고 우수수 쏟아지는 빗소리가 들린다. 밖은 바빠 보이나 그래도 조용하고 평화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잠들어 있고 모기는 안방에 갇혀있고. 나 홀로 덩그러니 앉아있는 이 시간만큼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게 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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