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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Oct 04. 2023

언젠가는 그리워할 날들

일상 그리고 직장생활

  긴 연휴 끝에 출근을 했다. 명절 앞의 연휴가 시작되기 전 관리하는 직군의 급여를 산출해서 결재를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었다. 연휴 앞이라 거의 전 직원이 조퇴를 하고 귀가했는데 나 홀로 정규 퇴근 시간보다 두 시간여를 더 근무해 가면서 의도했던 결재를 올리고 귀가했다. 올린 결재가 완결이 나기 전이었다. 급하게 한 일이라 혹여 오류가 있을 수 있어서 하나하나 검토를 하는 게 오늘의 중요한 업무였다. 매번 업무를 시작하면 네다섯 시간을 의자에서 일어서질 않는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살다 보면 어느 모서리에 찍혀서 피 흘리게 될지 모르는 게 생활이다. 그러나 요즘은 정말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람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일이 없으니 과중한 업무 정도는 거뜬하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기왕 하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마지막 근무일까지 지나야 별 무리 없이 급여를 줄 수 있는데 명절이라는 특수한 날 앞이라 무리해서라도 받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갖은 애를 썼었다.


담당 업무 중에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여 지원하는 일을 할 때가 있다. 보통의 경우 지원신청서가 들어오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없는 걸로 처리하는 게 다반사다. 그런데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한 명이라도 더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한다.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선행이라는 생각에서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해외에까지 나가서 봉사하는 사람들도 있고 국내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처럼 적극적인 봉사활동은 못 하더라도 나의 노력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선행이고 보람이라는 생각에서 좀 유난을 떨곤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꼭 선행만 하고 또 누군가를 위하는 일만 하고 그러지도 못한다. 퇴근 무렵 타 부서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의 명단을 보내왔다. 매달 안내를 해도 지켜지지 않는 게 있어서 그 부서에서 어려움을 겪곤 하는데 내게 협조를 구하는 경우였다.


한 이 주 전에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기한을 정해주고 그때까지 그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하고자 하는 기회를 박탈하겠노라고 안내를 했기에 오늘 그 일을 실행해 옮겼다. 퇴근 후 집에 있는데 관련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계속 문의가 왔다. 깔끔하게 안내한 대로 실행하겠다고 하고 그 외의 판단은 그분들께 맡겼다.


정규적인 일만 있는 게 아니라 특이한 상황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 굉장히 난감하고 어려운 일들 중에 한 가지다.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소소하게 보이면서도 난감한 일들을 해야 한다. 매달 그 일을 할 때면 온 신경을 모아 초 집중을 하여 일을 처리한다. 그 일이 완결되면 정말 넌덜머리가 나서 그 일을 다시 거들떠보기가 싫어지곤 한다. 당시에는 그렇게 진절머리를 치던 게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쉽지 않기에 매력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어제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한 신부께서 직장생활을 힘들어하는 신도가 "직장상사 때문에 힘들어서 직장을 그만둬야 되나 고민 중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라고 상담을 해왔는데 그 신부께서 "직장을 그만둬라."이렇게 답을 했다고 했다. 어딜 가든 그만한 힘든 경우는 다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닫길 바라면서 하는 대답이었다고 했다. 는 제삼자는 그냥 청자다. 그러나 그 상황을 겪는 당사자는 말할 수 없이 깊은 고뇌의 시간이다.

 

놀랍게도 이런 깊은 고뇌의 시간들이 어느 특정인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만인에게 거의 다 있다. 약간의 시간과 유형이 다를 뿐이다. 원석 자체로도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수많은 고통을 주면서 굳이 보석이 되길 바라는 건지 이놈의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질 않다. 밋밋한, 그날이 그날 같은 경우는 훗날 아름답게 기억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까? 조물주의 장난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누구나가 겪는 일이라니 참고 또 살아가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언젠가 참 황당하면서도 억울한 일을 겪을 때가 있었다. 그 와중에 직원인 나를 보호해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 있는 관리자가 내게 한 말이 있었다. "기억은 자기에게 이롭게 왜곡된다."라고 말했다. 가해자들보다 더한 칼날을 내게 들이미는  듯하여 유구무언 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참 잊히지 않는 쓴맛이었다.


별의별 쓴맛을 느끼면서 사는 게 인생사다. 쓴맛이든 단맛이든 우둔한 인생사의 가장 강력한 힘을 갖은 건 진실이다. 또 한 발짝 뛰고 나면 진실이 무엇이었던지 지난 시간들은 순화되고 또 그 나름의 미학이 있다. 그래서 더 먼 기억들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오늘도 덜컹거리는 소리를 하얀 도화지에 포장한다. 언젠가는 그리워할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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