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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Nov 08. 2023

여운

인내

  책을 읽기까지 한 달여를 숙성시키듯 옆에 두고 '읽긴 읽어야 되는데~'하다가 지난 주말부터 읽기 시작했다. 오늘 새벽까지 다 읽고 쪽잠을 이루고 아침을 맞았다. 부모가 죄를 짓고 삼대를 거쳐서 그 죄의 족쇄에 갇혀사는 내용이었다. 잘 산다는 것, 평범하면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각자 다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노라면 참 극복하기 힘든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상황을 잘 극복하면서 사는 게 잘 사는 거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좀 무서운 예인데 본인의 삶이 본인의 대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파장이 자식 그리고 그다음 대에까지 영향을 주는 걸 볼 수 있다.


막연하게 '착하게 살아야 된다.'는 기본값은 가지고 산다. 뭐든 그러하듯 실천이 중요하다. 매사에 쉬운 길만 찾는 경우에 대부분 문제가 생긴다. 어떻게 할 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쉽고 빠른 길만을 선택하다가 선과 악의 문제를 접고 선택하게 되는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좀 느리지만 정석 대로 성심을 다해 임하다 보면 결국은 그 결과가 더 오랫동안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편견에 가까운 취향이지만 곰이 좋다고 여우는 싫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인고의 시간을 감내한 곰은 인간이 된다.'라고 한번 더 강조하곤 한다. 상황마다 취해야 할 태도는 있겠지만 긴 인생을 뛰는 태도는 그래도 곰 같아야 된다는 생각이다.


단 한 번이라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해 본 이들은 결과적으로 참을 인(忍) 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봤으리라 생각한다. 마음心 칼刀가 뭉쳐서 된 그 참을忍을 가슴에 품지 않고는 잘 살기가 힘들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모든 생활에서 힘든 상황은 늘 있다. 그 상황을 이겨내는 건 결국은 참는 것이다.


혼자 하는 공부, 둘이 하나가 되어 사는 결혼생활, 더불어 한 팀을 이루며 사는 직장생활 그 어떤 경우도 참고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늘 존재한다. 고생총량의 법칙이란 말이 신조어처럼 통용되고 있는 것만 봐도 시간의 문제지 고생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다가올 고생을 미리 예방하거나 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정신적 근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


세상 찾아보기 힘든 악질을 만나서 반복된 악행을 맛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단죄를 했다. 주변에 많은 사람도 그 악행을 경험했기에 차라리 단죄를 한 그 사람을 응원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법이 허용하는 범주를 넘는 행동을 하였기에 일생을 그 굴레 속에서 죄인으로 살아야 했다. 그 사람의 처자식도 그리고 그의 손자까지도 그 영향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참지 못했을 때 결국 상상 그 이상의 고통을 맛보게 된다.


참을 수 있다는 건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뭐든 기본이 중요하듯이 적지 않은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단단한 사람으로 단련시키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인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타고난 성정이 있어서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뿐만 아니라 대대 손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을수록 더 많은 노력을 해서라도 참을 줄 아는 어진사람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에 한 권의 책이 젖은 낙엽처럼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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