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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20. 2021

세상에 이런 일이

포항 지진, 2018학년도 수능

  무심하게 습관적으로 건네는 말, "안녕하세요?" 지극히 평범한 안녕이라는 인사, 사람들 간의 공감하는 말 중에 평범한 게 제일이란 말이 있다. 철 모를 때의 작은 소망이 감동적인 책을 한 권 쓰는 거였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은 감동적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30년 만에 어렵사리 통화를 하게 된 친구가 굴곡진 삶을 살았는지 " 말 마라, 내 인생은 책 한 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말을 했었다.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살면서 한이 많아서 책으로 그 한을 풀어보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되었든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잊고 살지만 평범한 삶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평화로운 삶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2017년 11월 15일 밤 8시쯤 접하게 된 일이었다. 그날은 우리 집 막내가 수능시험을 보기 전날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 후배들이 긴 터널처럼 교문 앞까지 줄을 서서 내일 시험 보는 3학년들에게 박수를 치며 격려를 해주었고 하교 후 시험장에 들러 확인하고 집에 와서 조용히 내일을 위해 집중하며 그간의 공부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고 엄마인 나는 도시락을 싸주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온 식구가 조용히 있는데 우연히 태블릿을 켜서 포털사이트를 보다가 포항에 지진이 나서 내일 수능 시험이 연기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그 기사를 보고 '세상에 해도 너무한다, 장난을 쳐도 도를 넘는 장난을 친다.'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TV를 켰다. 그런데 그게 장난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바로 학교에 확인 전화를 했더니 아직 확실하게 결정이 난 건 아니고 교육청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뜻하지 않게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었었다. 그때의 그 기분은 냉동에서 갑자기 급하게 해동되는 그 얼얼한 느낌, 말로 형언하기 어려웠다. 주변인인 나도 그런데 당사자들은 어땠겠는가? 터질 듯 팽팽했던 긴장감 후의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추슬러보려고 노력하다가 두 손을 놓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 어려운 일련의 상황을 그때는 어땠겠는가?


  사람이 살다 보면 정말 뜻하지 않는 일들을 접하곤 한다. 그런데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일들은 정말 실감이 안 난다. 믿기 어렵고 괴기스러운 수많은 오물과 같은 소식들 그리고 뜻하지 않는 자연재해 소식까지 폭풍처럼 쏟아져도 어쩌면 본인의 일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동시대를 살면서도 멀쩡하게 살아지는 게 아닌가 싶다. 포장지를 벗기듯이 뜻하지 않는 어떤 일이 내 일이 되었을 때 당황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극복해 내야만 한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먼 나라 이야기만 같던 일들도 공감하게 되면서 필요하다면 도움이 되려고도 하는 것 같다. 살다 보면 다 실아지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일을 겪은 후엔 마음의 넓이도 넓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좀 싫어하는 말이긴 하지만 문득 생각이 난다. "신은 인간에게 이겨낼 만큼의 시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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