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제대로 친구

친구

by young long Mar 09. 2025
아래로

 울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딱 한 친구에게 부고했다. 다른 친구와 지인들은 알아서 찾아왔다. 내가 부조만 하고 찾지 않을 사람들에겐 부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딱 한 친구가 내 통장에 이름을 찍고 오지 않았다. 장례식장도 가까운데 못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본인에게도 슬픈 일이 있다고 했다. 요양원에 계신 친구 부모님께서 울 엄마처럼 돌아가셨나? 그런 추측을 했었다. 섭섭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울 엄마가 돌아가시고 특별휴가가 끝나고 출근 첫날 아침 바로 위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그 친구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단다. 돌아가신 첫날이라도 그냥 먼저 찾아뵙고 싶었다. 찾아뵙고 일부러 큰절로 재배를 했다. 우리 엄마보다 세 살 어린 친구 아버님은 한동네에서 나서 80년을 넘게 한동네에서 사셨다. 인품 좋으신 그분은 지금 나보다 어린 나이에 홀로 되신 우리 엄마를 마음으로 챙기셨다. 우리 엄마도 그분의 마음을 백번 감사히 헤아려서 두 배 세 배로 마음을 쓰셨다. 두 분을 생각하면 인생은 두 분처럼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부모님들께서 한동네 지기 이신 것처럼 동네에 함께 뛰놀던 친구도 많았으나 그 친구와 각별했다. 오줌조각게 밑 터진 바지를 입고 살 때부터 거의 모든 걸 함께했다. 인연은 인연인지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같은 반이었다. 그쯤 우리 둘은 한 친구를 우리와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알게 모르게 내 친구의 양팔저울은 그 친구 쪽으로 기울었었음을 한 삼십 년이 지나고 그 친구가 자청해서 셋의 친목통장을 개설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많은 면이 비슷한 내 친구는 친구 아무에게도 부친의 부고를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내 친구는 내쪽을 향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사람들은 그런다. 자신은 절대 다른 사람 얘기를 안 한다고. 사람들은 연예인 정치인 뭐 다양하게 부지불식간에 얘기를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 와중에 이 친구 흉은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글이 흉이 될 수도 있다. 딱 한 사람 변함없이 평생을 친구로 믿고 살고 싶다. 친구 중에 유일하게 내 창고 열쇠를 맡겨도 걱정이 안 되는 사람이다.


 만인들은 그런다. 사람의 관계는 상대적이라고. 그러나 나는 내게 주문한다. 다소 인간적인 버거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믿자고. 우리 부모님들처럼 그렇게 살자고.

브런치 글 이미지 1
작가의 이전글 2025년 2월 25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