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휴일

by young long

또각또각 시계가 내일을 향해 가고 있다. 멀리서 슈우웅 어딘가로 가고 있는 차소리가 들린다.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풀벌레 소리도 지금과 언젠가와 이어줘야겠다는 의지가 느껴지게 계속 소리를 내고 있다. 온통 문을 열고 있는 여름날의 휴일 이른 아침의 풍경이다. 분명히 이런저런 소리가 들리는데 모든 공간이 침묵으로 채워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사고의 르네상스는 중학교 시절이었다. 도덕시간에 등장하는 철학자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처럼 생각이 무한대로 확장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딱 지금의 순도로 일생을 살면 좋겠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하면 건강하게 불편하지 않게 생활인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맑은 영혼과 적당한 지식이 겸비된 시간이 그때였었다고 생각했었다. 되돌아봐도 맞는 것 같다. 물론 사회적 시선은 내 생각과 다르지만.


그 이후의 삶은 한동안 계속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자고 나면 걱정이 하나씩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이 해결될만하면 더 큰 걱정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십 대 후반은 주요 걱정이 뭐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쉼 없이 걱정거리가 있었던 게 생각난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성장기 호르몬의 영향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그 십 대 후반의 내가 들었다면 섭섭할 것 같다. 분명하고 확실한 실체가 있었던 걱정이었는데 기억이 흐려졌다고 호르몬 탓으로 뭉게 버리는 늙은 내가 미웠을 것 같다.^^


이십 대의 나는 참 건실했다. 현실에 최선을 다하고 업무에 충실했다. 젊음이란 일에도 미쳐보는 것이라는 나의 논리가 있었다. 그걸 실천하는 멋있는 나였다. 그러나 걱정이 없진 않았다. 큰 결정을 할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 결정을 위한 지혜를 주길 원했었다. 그러나 늘 혼자였다. 그런 것 까지도 지나고 보니 풍요로운 젊은 날이었다고 미화되어 버린다.


딱 삼십에 대학엘 진학했다. 첫아이를 낳고 그 아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졸업을 목표로 대학엘 갔다. 대학 과정 중 두 아이를 더 낳았다. 내 인생과 나는 정면으로 혈투를 했었다. 산만한 임산부의 몸으로 남편의 부축으로 오십 계단을 백개가 넘게 느끼며 오르내리며 중간고사를 보러 갔었던 일 등 밤새우며 우는 아이를 둘러업고 창 틀에 책을 얹어놓고 외우고 했었던 시간들. 그때의 내게 박수와 찬사를 그리고 경의를 표하고 싶다.


삼십 대 그리고 사십 대는 르네상스 시기였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열과 성의를 다하여 육아를 했었고 숙원 하던 그림을 마음껏 배우고 그리며 관련된 활동을 마음껏 하다가 지금의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는 너무나 치열했기에 되돌아보면 아름다웠었다고 추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특히 학령기의 아이 셋을 위한 시기는. 오십 대 후반이 되니 이제야 그 시간들이 내 인생의 가장 화려한 날들이었노라고 회상할 수 있게 된다.


마알간 휴일 아침을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밝힌다. 이제 아침이 밝았으니 여느 때처럼 텃밭을 향하리라. 휴일이니 더 여유롭게 시간 부자인 것처럼 풀도 뽑고 물도 줄 것이다. 오늘이 훗날 추억이 될 거라는 생각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마알간 휴일을 채워갈 것이다. 몹쓸 부지럼증이 또 발동한다. 휴일이다. 새소리 풀벌레소리도 만끽하며 여유롭게 보내라. 이 사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