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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Sep 06. 2021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선택한다.

자매, 아파트

  최근에 들은 얘기 중에 머리를 한 대 치는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선택한다.'는 말이다. 지인의 자매가 다퉜는지 아니면 동생이 언니를 바꿀 수 없어서 답답해서 하는 얘긴지 나를 만나면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한다. 언니를 생각하는 동생의 애정이 묻어 있어서 묵묵히 들었다.


  문제의 발단은 아파트다. 조카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셀러리맨의 형편을 너무도 잘 아는 이모는 조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지방에 사는 언니에게 "서울에서 내 집을 갖기 위해서는~" 하면서 본인이 갖고 있는 정보를 강력하게 언니에게 주입시켰다. 언니에게는 부족했던지 형부에게도 설명을 했다. 그분들은 모두 육칠십대분들이다.


  동생분의 자제분들은 자가에서 안정되게 살고 있다. 본인이 정보력과 경제력을 뒷받침 해준 덕분인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조카를 집을 갖게 하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추진하기 시작했다. 적당한 매물을 본인이 직접 부동산과 통화도 하고 하여 언니에게 적극 추천했다. 노력한 결실로 다음날 계약하기로 하고 가계약금으로 천만 원을 미리 보냈다고 했다. 내일이면 계약서를 쓰기로 했단다. 그런데 그다음 날 언니 내외와 조카가 협의했다고 계약을 포기한다고 했단다. 포기하자마자 다른 부동산에서 다른 사람과 이천만 원을 인상하여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했다.


  그때부터 동생분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언니에게 직접 '가난한 사람은 그냥 가난한 게 아니다, 가난을 선택한다."라고 했다고 한다.  매번 그런다면서 조카집을 사면서 사정이 힘들면 본인이 얼마간 도움을 줄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나설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조금 잠잠해지더니 삼 개월 정도 지나서 내게 전화가 왔다. 그 집이 일억이 올랐다고 했다. 나는 믿기지 않아서 그럴 리가 없다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보다 큰 평형인가 보다고 했다. 그래도 아니다고 똑같은 집이라고 했다. 반신반의하며 검색해보았더니 그분의 말처럼 진짜로 일억이 올랐었다.


  다시 시작되었다. 본인이 언니나 조카에게 손해 날 일을 시키겠냐면서 한동안 안 하던 말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선택한다." 화가 난 김에 "그렇게 살면 오십이되어도 제집 갖기 힘들고 뭉그적 거리다가 오는 기회를 다 놓친다."라고 하면서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을 덜어내려고 계속 하소연을 했다.


  우리나라 집값이 난리는 난리다. 길이 없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답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노라면 다 살아지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내 집에서 도란도란 사는 게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니길 바라본다. 무슨 까닭인지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선택한다.'는 말이 왜 그렇게 아프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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