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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Sep 26. 2021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자.

인생, 안전운행, 절제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이 안전운전을 걱정하는 건 불필요한 걱정일 거다. 만약에 운전을 할 수 있었더라면 가끔은 시원하게 달려보고도 싶을 것 같다.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 실제로는 안전수칙을 지키는데 급급하며 운전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내 삶이 그랬다. 범생이의 끝판왕이었다. 덕분에 무탈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사람 변하기 쉽지 않아서 앞으로도 쭉 안전 운행하기 위해 상하좌우를 살피면서 이제까지 살았던 것처럼 살 것이다. 그런데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에 그칠지 실천을 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삶이 조금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거라도 예전의 나보다 조금은 달라졌으면 좋겠다.


  안전 운행도 운행이지만 아이들을 키우고 나서 그들의 삶은 이제 각자 운행해야 되는 시기라 그들을 향한 내 마음을 거두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 내 마음이 빈 들판 같다.  '갱년기'라는 이름으로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신체적, 정신적인 변화를 겪는다. 같은 시기에 아이들의 독립이 이루어지면서 자식과 분리되는 과정을 겪는다. 이뤄야 할 일들이 많은 아이들은 각자 너무나 분주하여 의식을 못하겠지만 엄마인 나는 홀로 황량한 들판을 걷고 있다. 그런 상황이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안정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등등 정신적, 물질적으로 많은 것들을 절제해왔다.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내가 아는 지인은 보기 드물게 부지런하고 검소하다.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라고 이름 붙일만하게 자리를 잡았다. 결혼 전에 부모의 도움 없이 서울에 집을 샀고 작은 사업체를 운영할 일터를 마련하였다. 그 검소한 사람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하는 때가 아니었는데 신혼여행을 해외로 갔다. 적지 않은 기간 해외여행을 한다는 말을 하면서 이제껏 열심히 돈을 벌어서 본인을 위해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가족을 위해서도 특별히 돈을 쓰지도 않았다. 본인 집 사고 사업체 마련하고 그러느라고 모든 걸 쏟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본인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본인을 위해 한 번도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하니까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진정한 독립을 위해 힘쓴 분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삼키고 마음속으로 박수를 쳐주는 걸로 대신했다.


  내 아이들을 위해서든 내 가정을 위해서든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아낌없이 온 힘을 쏟은 건  결국 나도 나를 위한 거라 생각한다. 이제는 다른 각도로 시선을 돌려서 생각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답답한 나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더 큰 보템이 되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으니 또다시 개미처럼 살 것이다. 나도 나지만 내 남편은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기에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육칠십 년대 어머니 상인 내 남편은 부모님, 자식들 생각에 앞으로도 여전히 지금처럼 본인을 위해서는 인색하게 살 것이다.


  우리 가족 다섯 명이 모이게 되면 배드민턴을 치던지 탁구를 하던지 볼링장엘 가든지 한다. 이번 추석 마지막 날도 업무에 복귀한 큰아이를 빼고 넷이서 움직였다. 남편과 나는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기분전환을 시켜주는 날로 정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하자고 했는데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원하는 걸 하자고 했다. 그래서 폭우를 가르며 차를 타고 멀지 않은 산엘 갔다. 산엘 도착하면 비가 그칠 거라는 남편의 생각대로 움직인 것이다. 가볍게 짧은 등산을 마치고 내가 원하는 스크린 골프장엘 갔다. 생전 처음 골프라는 걸 스크린으로라도 하게 되었다. 아이 둘은 초등학교 때도 배웠었고 대학 때도 배웠으니까 낯설지 않았겠지만 TV로만 접했던 골프를 한다는 건 큰 마음을 먹은 거였다. 둘째의 지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골프를 집 근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무엇을 해도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건 늘 행복한 일이다.


  주변 걱정하느라고 본인의 마음은 살피지 않는 게 생활화되어서 전혀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살았다. 이제라도 스스로를 살피는 삶을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속이 뻥 뚫리게 달리자는 것도 아니다. 소소하게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자는 것이다. 구전되어 온 노랫말 중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가 있다. 딱 지금 내 나이에 부르면 어울리는 노래 같다. 참고 참다가 하고 싶은 걸 못해보고 늙으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더 늙으면 딱히 더 여유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설령 여유가 생기더라도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서 못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고 싶다. 내 남편도 내 마음 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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