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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Nov 02. 2021

속세에서의 삶의 무게

  어느 경로였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결혼 전에 같은 목표를 갖은 서먹서먹한 친구와 둘이서 설악산 정상 대청봉을 올랐다. 그 후 많이 힘들었던지 배우자를 찾을 때 적어도 대청봉에는 올랐던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막상 결혼할 때는 대청봉 얘기는 꺼내보지도 않았다. 두 명이 만나 결혼을 하여 다섯 명의 가족이 되어 어느 여름휴가 때 설악산 대청봉을 목표로 등산을 했다. 정상을 얼마 남기지 않고 나의 발과 다리가 문제가 생겨서 중도 하산하게 되었다. 마음과는 달리 체력이 한계를 보일지는 꿈에도 몰랐었다. 욕심을 부려서 더 올랐다가는 업혀서 내려와야 할 지경이었다. 많이 아쉬웠다. 그때보다 점점 더 노화가 심해질 텐데 언젠가는 온 가족이 설악산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직도 오르고 싶은 마음은 몽글몽글하다.


  설악산을 등반하다가 산 중턱을 넘는 곳에서 짐을 어마어마하게 지게에 짊어지고 올라가는 아저씨를 만났다. 짐을 옮기는 직업을 갖은 분인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그 어떤 성직자보다 더 큰 수행을 하는 분처럼 느껴졌다. 아무런 짐 없이 혼자 몸으로도 오르기 힘든 험한 산을 그 많은 짐을 짊어지고 올라야 살아지는 삶이란 그 힘듦이 짐작이 안되었다. 온몸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그분은 그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까? 그 어떤 수행을 하는 것보다 그분의 짐 옮기는 일이 수행 중에 최상급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낯선 남녀가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뤄서 한평생을 살아가는 게 결혼을 안 하고 성직자의 길을 걷는 것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다. 이 부분은 살아가다 보면 대부분이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성직자의 길도 안 가본 사람으로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모르긴 몰라도 결혼생활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죽하면 '결혼은 로또다.'는 유머가 있겠는가? 그 정도로 안 맞는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힘든 결혼생활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이끌어 가는 사람은 수도생활의 완성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요즘 인상 깊게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이 재혼을 꿈꾸며 새로운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결혼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이혼한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오죽하면 그 어려운 선택을 했을까? 살기 위해 선택했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도 그들의 마음이 어떨까를 생각하면서 지켜보다 보니 안타깝고 애잔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예쁜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헤쳐나가는 삶이란 짐작이 안되었다. 어쩌다가 그 아픈 선택을 하게 되어 저토록 힘들게 살아가야 하나? 그 삶의 무게가 가늠이 안될 정도였다.


  처음부터 보살일 수도 없고 누구나가 부족하다. 서로 잘 살기 위해 어려서부터 마음을 곱게 다듬는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만 잘하면 잘 살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결혼이든 직장생활이든 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 더불어 잘 사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만 가르칠게 아니라 사회적 동물이기에 잘 살 수 있도록 배려와 존중을 장착한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같이 살기 위해 일방적으로 다른 한 사람이 인내하고 희생하여 유지되는 삶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가르치고 배우고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인생이 아니라 힘이 되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험준한 산에서 짐을 옮기는 사람, 이혼을 한 사람뿐만 아니라 힘들게 살아내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산다는 것은 사리를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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