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 long Nov 09. 2021

진화하는 걸까? 포기하는 걸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스스로 나이 먹었다는 걸 깨닫는 방법은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어떤 찬사보다 기쁘게 느껴지면 슬프게도 나이 먹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먹듯이 요즘 사람들은 젊어진다면 진시황제보다 더한 노력을 한다. 이러다 평균수명이 백세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젊고 건강하게 나이를 먹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잇대별로 바라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 젊어서는 태어났으니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능하다면 한 획을 그을만한 업적을 남기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이세를 낳아 기르다 보면 이세가 잘 되는 게 더 큰 바이 된다. 그러다가 어느 때가 되면 A부터 Z까지 온통 건강이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게 된다. 나도 어느 틈에 '무병장수'가 지상 과제가 되었다. 병을 앓고 나서 더 건강이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내 필명을 'young long'로 짓게 되었다. 육체가 건강해야 그 위에 건강한 정신이 싹트는 게 맞다. 어쩌면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추세가 우리 모두를 무병장수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욕심은 끝이 없다. 요즘 부쩍 나이가 들었는데 젊은 마인드를 갖은 사람을 무척 부러워하고 있다. '꼰대'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반해 백발의 팔십 대가 이십 대를 능가하는 젊은 사고를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몸은 진짜 많이 늙었다. 그런데 하는 말마다 신선하다. 누구보다 수많은 풍파를 겪어 왔을 것만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젊은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비법이 궁금해질 정도다. 타고났을까? 독서의 결과인가? 생활이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일까? 속세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젊은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배워서 닮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멋있는 모습 중에 최고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곳에 글을 쓰게 되어 얻은 소득인지 조금씩 여유를 찾게 되는 것 같고 스스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빈도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걸 체감하고 있다. 그 전과는 다르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지!' 하고 이해하게 되는 건 어떤 이유에서 일까?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뭐 그런 것에 덜 연연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어느 틈엔가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듯이 이제 나도 모르게 내 안에 무언가를 품을 수 있는 '여유'라는 열매가 열린 걸까?


나의 행 불행이 타의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의 근원지는 '나'다. 특히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좋은 걸 하고 싶고 갖고 싶고 누리고 싶은 것에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게 맞다. 과한 욕심, 그게 주범이다. 주워들은 얘기로 사람이 잘 살았다는 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게 잘 살았다는 증거고 들었다. 그것도 욕심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좋다.'는 그 수식어가 흔들릴 때 느끼는 씁쓸함은 내 삶 자체를 흔드는 경우가 있다.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 부모님의 자식인 나도 부모님을 서운하게 하고 내가 낳은 내 자식도 내 마음 갖지 않을 때가 있는데 타인이 좋은 들 그 얼마나 계속 좋기만 하겠는가?


살아  연륜은 참 값진 것이다. 출렁이는 세월을 뒤로하고 편안해질 수 있는 걸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땀 흘리면서 정상에 올라 느끼는 그 형언하기 어려운 황홀함, 그걸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내려가야 할 길에 대해서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기에 그 또한 여유롭다. 무엇보다 수많은 경험 속에서 '욕심'이란 걸 조절하는 능력이 생겼기에 나를 더는 힘들게 하지 않는다. 특히 내가 내 스스로에게 '착한 나, 좋은 나'이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좋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 그 마음을 하나하나 놓게 된다. 부질없다. 이제 욕심의 고개를 넘어 '정신이 젊은 나, 멋진 나.'를 희망사항으로 주문하면 또 다른 이름의 '욕심'이 생기는 걸까? 희망은 품고 살아야 사는 거겠지? 중요한 건 나이 덕분인지 이제는 나를 믿는 내가 있다. 백만 대군이 부럽지 않다. 희망하는 대로 갈고닦아서 정신이 젊은 멋있는 사람이 되자. 물론 무병장수는 기본이고.^^



 


 

작가의 이전글 가벼움의 미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