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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Nov 18. 2021

서랍 속에서 은은한 향기가 난다.

편지

    어제 둘째로부터 목각에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는 글귀가 새겨진 선물을 받았다.

아직 한참 남았는데 '생신 축하드려요. 사랑합니다.'라는 글과 태블릿용 키보드를 선물 받았다.

그냥 행복했다.

문득 초등학교 3학년쯤에 생일 축하한다는 둘째의 편지가 생각났다.

그 편지 속에 생소한 낱말이 적혀있었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 엄마 호강시켜드릴게요."라는 문장에서 호강이란 낱말을 보고 빵 터졌다.

어린아이가 쓰기에는 너무 낯선 단어였다.

편지의 효과는 최대치인 것 같다.

십여 년이 넘게 그 편지를 떠올리면서 빙그레 미소 짓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아이 셋이 유치원 때부터 때마다 써준 편지를 모아서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그래서 그 서랍 속에서 은은한 향기가 난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글들이 매번 빠지지 않고 쓰여 있는 아이들의 편지는 피로 해소 제고 에너지의 옹달샘이다.

그 어떤 선물보다 '엄마, 사랑해요.' 이 한마디의 마력은 상상 이상이다.

마음속에 메아리치는 그 한마디는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는다

혼자 가만히 있을 때도 그 한마디가 생각이 나면 '나도 사랑한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때는 휴대폰이 없었다.

그래서 편지를 썼다.

넓지 않은 대한민국 땅이 그때는 정말 멀었었는지 왕래도 쉽지 않았으니 오래되긴 오래된 이야기이다.

맞선을 보고 남편이 그리고 아내가 되기 전의 이야기다.

우리는 열심히 편지를 썼다.

각자의 마음을 담아서 부지런히 편지를 썼었다.

그 편지에 그리움과 사랑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 편지도 서랍 속에 곱게 모셔두었다.

그래서 그 편지까지 합세하여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번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과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 편지는 영원하다.

사랑하냐고? 사랑했냐고? 날마다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귓가를 스쳐 지나가버리지도 않았다.

생각이 나면 한 번씩 꺼내서 확인할 수도 있다.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는 그 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원 없이 볼 수가 있다.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거리지도 않는다.

선명하고 확실하게 볼 수가 있다.

편지를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영원토록 잊히지 않는다.

편지는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사랑이든 슬픔이든 그 무엇이든 '진심'을 담아내는 훌륭한 그릇이다.

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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