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 long Dec 02. 2021

희망을 노래합니다.

엄마, 백신, 인과성

  환자와 보호자는 마치 공부하는 학생과 학부모 같다. 아이를 셋 기르면서 스스로 조급증이 있는 학부모임을 목격하게 되는데 지금 엄마의 병증이 빨리 나았으면 하는 마음이 그때의 학부모 마음이다. 연일 병실에 가서 엄마의 손을 잡고 있을 땐 그냥 엄마한테 집중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병원을 전원 해서 그리고 코로나가 더 많이 확산세 여서 병원 출입이 더 제한적이라 가볼 수가 없다. 그래도 기존 병원에 계실 때 몇 번의 서로 교감이 되는 현상이 일어나서 내가 한결 살 것 같다. 마비되지 않는 손으로 악수를 청하면 스스로 상대의 손에 엄마의 손을 올리시고 주변 간병사분들이 환자상태가 어떻든 보호자는 마음이 앞서서 마음대로 주무른다고 주무르는 게 환자한테 안 좋을 수도 있다고 하니까 주무르는 내 손을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밀어내셨다. 손뼉 치며 환호했다. 그럴 수 있는 엄마가 고마웠다. 간헐적으로라도 인지능력이 호전되는 것 같아 감사했다. 막막한 밤바다에 등대가 보였다. 이제는 희망을 노래해도 허풍이 아니다.


  코로나19 3차 백신 접종 후 바로 다음날 엄마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질병관리본부, 관할 보건소, 관할 구청에 문의 후 병원비의 일부라도 지원받을 길을 알아보았다. 주치의의 소견서 등 3차 백신 접종과 뇌경색의 인과성을 증명해주는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하고 하는 과정이 보호자로 하여금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복잡하고 기가 막힌 행정절차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검증되었거나 선례가 없어서 소견서를 쓰는 의사가 관련 내용을 안 써준다는 게 첫 번째 걸림돌이다. 같은 병실에 68세의 건강했던 남성분이 스스로 운전하고 백신 접종을 맞았는데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같은 노력을 했는데 결과는 인과성 없음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경험담을 듣고 같은 노력이 의미 없음을 알게 되어 접었다.


  같은 병실의 68세 남성분은 3개월이 넘었는데 우리 엄마보다 위중하셨다. 장신의 건장한 풍채의 환자분은 부인되시는 분이 간병을 하고 계셨다. 요양병원도 입원해봤고 간병인도 써봤고 다양한 경험을 하셨다고 했다. 부인은 이제 서서히 희망을 접게 되는데 자식들이 절대적으로 본인들의 아버지는 쾌차하실 거라고 절대 포기 못한다고 했다고 한다. 눈은 떠 있으나 모든 게 정지 상태였다. 백신 접종 후 강제 종료당한 환자의 설움을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시간이 가도 믿고 싶지 않은 보호자들의 심정은 또 누가 달래줄 수 있겠는가? 그 모든 것은 감내한 다하더라도 환자가 호전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 조금씩 본인의 본모습을 찾으려는 환자의 곁을 보호자들이 자극이 되고 온기를 전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것도 쉽지가 않다. 이 무슨 재앙인가?


  같은 동네에 사시는 외숙모께서 전화를 하셨다. 엄마가 셋째 준다고 무를 텃밭에 심으셨는데 외숙모께서 캐놓으셨다고 가져가서 먹으라는 전화였다. 쓰러지시기 전 엄마는 노환으로 힘은 드셨지만 딸 주려고 텃밭에 무도 심고 당신 식사 정도는 해결하실 수 있으셨다. 사랑은 주는 거다. 엄마는 거동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도 뭐라도 주시려고 그렇게 마음을 쓰셨다. 나는 기도한다. 꼭 당신의 본모습을 되찾으실 거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안정을 찾으면서 조금이라도 반응을 하신다는 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다. 비록 자유롭게 병실을 찾을 수는 없지만 간절히 기도드릴 것이다. 봄이 오면 다시 엄마 손으로 텃밭에 씨앗을 뿌리시길 바란다. 꼭.

작가의 이전글 참 많이 닮았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