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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Nov 27. 2021

참 많이 닮았네

우리 엄마와 나

  엄마가 계시는 병실을 다녀오면서 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나목이 된 긴긴 가로수 길을 하염없이 걸어 집엘 도착했다. 두 시간여를 걷는데 기온과 공기의 분위기 있는 채도가 내속의 걱정을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환자의 보호자는 상황에 직면하면 부정하고 적응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걸으면서 엄마의 병을 적응한다는 건 희망을 접는 걸까? 내가 지금 적응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적응 다음에 극복하면서 엄마의 병세가 호전되게 될까? 엄마의 멈춰버린 시간을 움직이도록 쉼 없이 마비된 팔다리를 주무르다 가끔 뜨는 눈이 날 보신 게 맞나? 보면서도 좋게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엄마의 상태를 앞서는 건 아닌가? 여러 번 물음표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희망을 생각하고 생활화하고 싶다. 희망의 기운을 가득 담고 엄마를 만나고 싶다. 그 기운을 엄마에게 드려서 가까운 날에 많은 물음표가 감동의 느낌표로 다가오길 기대한다.


    진즉부터 자식들 중에 내가 유난히 엄마를 많이 닮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누워계신 엄마의 얼굴은 쭈글쭈글하신데 넘어지셔서 여기저기 멍이 들었고 상처엔 밴드까지 붙여 있다. 그럼에도 아침에 본 거울 속의 나와 너무 많이 닮았다. 외모뿐만 아니라 식성, 성품까지 난 우리 엄마 판박이다. 그런 엄마가 병상에 누워 계신다. 나와 엄마는 사이가 각별했었다. 최근에 좀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내게"널 많이 믿고 의지하고 살았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은 동생이 워낙 엄마에게 잘하니까 엄마가 동생을 많이 의지하고 사셨다. 그러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으면 늘 내게 전화를 하시거나 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셨다. 그런 모습을 보고 우리 큰아이가 "할머니는 왜 엄마한테만 늘 그러신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럴 때가 좋았다. 그러는 엄마도 좋았다. 어려운 일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드리려고 애썼다. 엄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드리고 싶었다. 이어서 막내인 내 동생이 나보다 훨씬 더 정성껏 엄마를 위해 잘했다. 그래서 고맙고 든든했다.


  엄마와 나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냈기에 서로 위하는 마음이 더 각별했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물론 속 마음까지 헤아리려고 했었다. 객지 생활을 하는 두 언니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엄마는 여느 엄마들처럼 함께 배웅을 못하셨다. 언니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일터로 새벽같이 나가시곤 하셨다. 그런 모습이 차가워 보일 수도 있는데 눈물 날 것 같아 차마 볼 수 없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늘 내 눈에는 보였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와 사별하게 되어 더 힘든 시간을 이겨내신 엄마를 보면서 난 엄마를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우리 큰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까지는 엄마도 자식 넷 중에 유난히 나를 의지하셨었던 것 같다. 자식이 뭐기에 내가 난 자식 돌보다가 엄마 자식 노릇을 등한시했다. 그래도 동생이 엄마를 정성으로 돌보게 되어 걱정이 없었다.


  병원 출입을 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 험악한 전염병 코로나19 때문에 환자 입원실엔 보호자 한 명만 허락한다. 그것도 검사 후 음성이 나온 증거를 보여야 하고 유효기간은 48시간이라 오늘도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선별 진료소엘 들러 두 번째 검사를 받았다. 아마도 이렇게 계속 검사를 받게 될 것 같다. 퇴근 후라도 매일 엄마를 뵈러 가야 하니까. 간병인이 계시지만 정서적인 안정감을 드리기 위해 오늘도 아침으로 다녀오고 오후로 다녀왔다. 옆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좋아지시라고 마비된 부위를 계속 주무르게 되고 온통 정신이 단순하게 집중하게 되지만 병실을 떠나면 온통 걱정뿐이다. 하루빨리 인지기능이라도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어서 말씀도 하시게 되면 금방 회복될 것 같다. 그날이 빨리 오길 간절히 바란다.


  길거리의 나목이 되어버린 가로수처럼 엄마의 모습이 애처롭다. 봄이 되면 가로수는 새싹이 날것이다. 못해도 봄이 되면 엄마에게도 봄이 올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한 번이라도 더 체온을 나눠드리고 싶다. 엄마의 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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