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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Dec 04. 2021

소리 없는 웃음

엄마

  미소라 함은 소리를 내지 않고 빙긋이 웃는 웃음을 말한다.

생전 상상해보지 못한 엄마의 소리 없는 웃음에 나는 오늘 찡한 마음으로 반기고 있다.

병실에서 동생은 엄마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시골 엄마 집 주변 어르신들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있었던 일을 재현하듯이 엄마에게 설명을 했다. 그 사이사이 웃어야 할 포인트에 두 번 엄마는 웃으셨다.

소리는 없어도 그 모습에 마음이 울린다.

아프기 전에 그렇게 웃으셨다면 분명히 그 웃음은 미소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리를 내서 웃고 싶어도 소리가 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미소가 되어버린 웃음이다.

미소든 소리 내어 웃는 웃음이든 중요한 것은 웃어야 할 포인트에 웃으셨다는 것이다.

콧줄로 식사를 하셔야 해서 틀니를 뺀 상태로 계셔서 몇 개 남은 치아가 보였다.

그 모습도 반가웠다.

감사한 일이다.

소리를 낼 수는 없어도 인지능력이 살아나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세상을 살면서 참 여러 모습 들을 보고 또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해봤고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다.

쩌렁쩌렁한 본인의 소리를 잊고 무음으로 사시다니?

처음 언어기능을 관장하는 뇌가 손상되어 말씀을 못하신다는 소리를 듣고 정말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면서 그 설명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인지능력도 안 되신다는 말을 듣고 이런 청천벽력이 또 있을까 싶었다.

말 그거 천천히 하셔도 된다.

'제발 인지능력이 되살아나다오!' 하는 마음이었다.

이제 하나하나 인지능력이 생기는 모습을 보게 되어 진짜로 신이 난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소리 없이 웃으시는 모습을 보게 되니 또 마음이 말할 수 없이 짠하다.


  손상된 뇌는 되돌릴 수 없을지라도 그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손상되지 않는 부분이 대신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다. 우선 뇌 전체적으로 부었던 것이 서서히 본모습을 찾게 되면 마비되었던 여러 기능들이 하나하나 되살아 날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뜻하지 않게 병상일기가 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이 우리들의 삶이 아니겠는가?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해봤던 세상!

뜻하지 않게 당면한 이 세상을 탐험하다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고단한 인생사에 더 이상의 험난한 길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근근이 연명하고 있었건만 뜻하지 않는 재앙을 만나 잠시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꿈이라면 하루빨리 깨어나고 싶다.

꿈이 아니라도 이겨낼 것이다.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치더라도 기필코 새싹은 돋을 것이다.

이미 그 새싹이 움트기 위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쩌렁쩌렁하게 우리들의 이름을 부를 날이 올 것이다.

부르면 달려가서 엄마와 함께 세상없이 큰소리로 웃을 것이다.


  그날이 올 것이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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