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궁무진화 May 30. 2023

건강을 잃고 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잠시 못 즐기는 것보다, 건강 잃고 후회하는 시간이 더 길다

무박 3일의 야근 뒤 이어진
연속 4일간의 야근 대장정

일요일 오후 3시부터 월요일 새벽 1시에 끝난 업무는

월요일 9시 출근 -화요일 오전 8시 퇴근으로 이어져

화요일 9시 반 출근 - 수요일 오전 12:30 퇴근,

수요일 9시 반 출근 - 오후 9시 반 퇴근으로 끝마쳤다.


사실 하룻밤 정도 새 가며 일을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50분 정도 눈을 붙이니 다행히 환청은 들리지 않았고

저녁 12시까지 큰 지침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수요일 야근이 끝나고 나서는 오히려 성취감이 들었다.

비록 내가 손이 느려 많은 시간을 들여 일을 끝마쳤지만 다행히 끝마쳤다는 안도감 내지 성취감.

오히려 집단에 붕 떠 있는 느낌보단, 내 몫을 철저히 해낸 느낌이 더욱 값지게 다가왔다.


그래서 보복심리가 들었다.
열심히 일했으니 더 열심히 즐겨야지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한 혹사가 시작됐다.

수요일 야근이 끝나고 4일 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지만 '퇴근'을 즐기고자 동네친구와 치맥을 했다.

수면욕이 식욕보다 더 밀려왔지만, 퇴근 후 분위기를 즐겨보고자 치맥을 택했고, 

그날도 결국 잠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했다.


목요일 칼퇴 후엔 지옥의 하체 트레이닝을 실행했다.

맨몸스쿼트와 런지를 각각 200개를 하고 10KG 베스트를 맨 채 각각 100개씩을 수행하여

총 600회를 기록하는 지옥의 하체 트레이닝을 하며 밀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희열감을 느꼈다.


하지만 몸은 이날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몸을 푸는 동안 종아리에서 올라오는 쥐,

날개뼈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통증,

어눌한 발음 등 몸은 이상신호를 뿜어댔고,

나는 '몸의 기강'을 잡는다는 명분하에 모조리 무시했다.


그리고 금요일, 웹소설 랭킹 작가가 된 대학친구와의 술자리 약속 후

나의 몸은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목젖 뒤로 엄지손가락 마디보다 크게 생긴 궤양이 자리 잡게 되었고

숨 쉬는 것과 더불어 마시고 먹는 것, 심지어 말하는 것과 자는 것까지 고통의 순간으로 점철되었다.

궤양의 원인은, 피로누적으로 인한 건강악화.

즉 건강을 너무 낭비했다는 것.


먹는 재미와 말하는 재미가 없는 인생은 너무나도 비참했다.

앞에 진수성찬이 있어도

오랜만에 보는 가족이 앞에 있어도

모든 순간이 고통의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아들의 얼굴을 보는 것에 상기된 부모님은

아들의 구겨진 얼굴에 오히려 발을 동동 구르셨다.


3일간의 금 같은 연휴를 침대 위 요양생활로 떠나보내게 됐다.
그리고 재미를 잃은 회사생활도 시작됐다.

지금도 무언갈 마시고 먹을 때 눈물을 머금고 고통을 삼키고 있다.

건강을 잃고 나니, 하루를 지탱해 주는 작은 모든 순간들이 값지고도 그립게 된다.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재미,

어떤 점심을 먹을지 고르는 재미,

준비해 온 쉐이크를 마시며 근무를 보는 재미

모든 것이 작은 재미였다.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오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서울 올라가서 먹으라며 음식을 얇게 조각내 싸준 어머니의 사랑,

버스 타는 곳까지 바래다주신다는 아버지의 배려,

배도라지즙과 아이스크림을 말없이 보내 놓는 애인의 세심함,

어느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여 삶을 지탱하는지도 모른 채

이들을 낭비한 나의 죄가 드러난다.


나를 너무 과신하고 착오하고 똑바로 돌보지 못한 대가는
무지막지하게 고통스럽다


그래서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약점과 죄를 파악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 건강을 소비했다면, 바로바로 채워줄 것.
- 건강 앞에는 선약도 분위기도 중요치 않다.
- 잠시 못 즐기는 것보다 건강 잃고 후회하는 시간이 더 길다.
- 받는 사랑을 당연시 말고 주는 사랑을 생활화할 것.


사람은 간사하기 짝이 없지만, 이 정도의 고통이면 이번 교훈은 정말 각골해야 할 것이다.



왜 같이 기르는 식물도 시름시름한지 참 마음이 편치 않다. 내일은 꼭 조경가게에 데려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아침만에 인정받고 싶다는 신입의 그릇된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