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을 먹어도 운동없이 근손실을 막을 수 없는 이유

"열심히 챙겨 먹는데 왜 근육이 빠질까?"

by 김주영

진료실에서 만난 이야기

2024년 어느 목요일 오후. 진료실에 한 분이 들어왔다.

"선생님, 단백질 쉐이크도 먹고 닭가슴살도 챙겨 먹는데 근육이 계속 빠져요."

체성분 검사 결과를 보니 3개월 전과 비교해 체중은 2kg 줄었지만 근육은 1.5kg 빠졌다. 지방은 거의 그대로였다.

"운동은 하세요?" "요즘 바빠서... 단백질이라도 열심히 먹으면 되지 않나요?"

이 분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한다. 단백질만 잘 먹으면 근육은 지켜지지 않을까.

2024년 과학은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연구가 말하는 것

2024년 Experimental Physiology 저널에 한 연구가 실렸다.

침대에 누워있거나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하면 근육 손실을 막을 수 있을까.

메타분석 결과는 명확했다. 단백질 보충은 근육량 감소에 유의한 효과가 없었다. SMD 0.2, P = 0.31.

통계적으로 효과 없음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단백질을 아무리 먹어도 근육은 빠진다.


동화저항성

여기서 '동화저항성(Anabolic Resistance)'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몸이 단백질을 거부한다. 섭취한 단백질에 대한 근육 단백질 합성 반응이 둔해지는 것이다.

"아, 이거 건설 현장 같네요. 벽돌은 쌓여 있는데 일꾼이 없는 거잖아요."

정확했다. 단백질(벽돌)이 아무리 들어와도 운동(일꾼)이라는 신호가 없으면 근육(건물)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숫자로 보는 현실

7일간 팔다리를 고정하면 근원섬유 단백질 합성이 36% 감소한다. 14일간 침대에만 누워있으면 혼합 근단백질 합성률이 50% 떨어진다.

단 1~2주 만에 근육을 만드는 능력이 절반이 된다.

한 환자분은 이렇게 표현했다. "공장이 멈춘 거네요. 원자재는 들어오는데 생산 라인이 꺼진 거."

그렇다. 이 상태에서 단백질은 흡수되지 않고 빠져나간다.


mTORC1: 마스터 스위치

우리 몸에는 mTORC1이라는 게 있다. 근육 성장을 조절하는 마스터 스위치다.

저항운동을 하면 p70S6k 인산화가 증가한다. 이 증가는 근육 비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mTORC1 억제제인 라파마이신을 쓰면 어떻게 될까. 기계적 부하에 의한 반응이 차단된다. 근비대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

저항운동 → mTORC1 활성화 → 근육 성장 신호 ON 운동 없음 → mTORC1 비활성 → 단백질이 와도 근육 합성 안 됨

스위치가 꺼져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2024년 Translational Sports Medicine 메타분석이다. 79개 연구, 237명의 데이터.

저항운동 후 근육 단백질 합성이 증가하는 건 맞다. 하지만 고령자의 증가폭은 젊은 성인의 절반 이하였다.

진료실에서 60대 환자분이 물었다. "그럼 저는 아무리 해도 소용없는 거예요?"

"아닙니다. 운동 부하를 잘 조절하면 이 둔화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분은 3개월 후 근육량이 1kg 늘었다. 같은 나이 평균보다 높은 수치였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GLP-1 사용자에게 더 중요한 이유

요즘 GLP-1 약물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이 약으로 체중을 감량하면 총 감소량 중 15~40%가 근육이다. 10kg을 빼면 그중 1.5~4kg이 근육일 수 있다.

한 환자분의 사례다. 3개월간 GLP-1로 8kg 감량. 단백질만 챙기고 운동은 안 했다. 근육 3kg 감소.

같은 기간 다른 분. GLP-1 + 고단백 + 주 3회 저항운동. 8kg 감량. 근육 0.5kg 감소.

차이가 명확했다.

현재 데이터에 따르면 고단백 식단과 지속적인 운동을 GLP-1과 병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단백질만으로도 안 되고, 운동만으로도 부족하다. 둘 다 함께 가야 한다.


실전 적용

첫째, 단백질은 기본이다

체중 kg당 1.2~1.6g. 하루 80~120g. 매 끼니 25~30g씩.

단백질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저항운동은 필수다

주 2~3회 이상 근력 운동.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인다.

mTORC1을 켜려면 근육에 기계적 자극을 줘야 한다. 그게 저항운동이다.


셋째, 타이밍

운동 전후 30분~1시간 내에 단백질을 먹는다. 취침 전에는 카제인. 천천히 흡수된다. 아침에는 유청. 빠르게 흡수된다.


에너지 설계 관점

단백질은 재료다. 운동은 설계도이자 건설팀이다.

재료가 아무리 많아도 설계도가 없고 건설팀이 없으면 집은 지어지지 않는다.

단백질을 아무리 먹어도 운동이라는 신호가 없으면 근육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재료와 건설팀, 둘 다 있어야 집이 완성된다.

단백질과 운동, 둘 다 있어야 근육이 지켜진다.


마치며: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것

이 글을 읽고 나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1️⃣ 내일 아침, 단백질 20g으로 시작해보자 계란 2개 + 그릭요거트, 또는 단백질 쉐이크 한 잔

2️⃣ 이번 주, 저항운동 2회를 캘린더에 20분만 넣어보자,

�️ 추천 스케줄

� 1회차: 하체 + 코어 (화요일)

워밍업 (2분)

제자리 걷기 1분 + 가벼운 스트레칭

하체

스쿼트 15회 × 3세트

런지 12회(양쪽) × 3세트

브릿지 15회 × 3세트

코어

플랭크 30초 × 3세트


� 2회차: 상체 + 코어 (금요일 또는 토요일)

워밍업 (2분)

팔 돌리기 + 어깨 스트레칭

상체

푸쉬업 10~15회 × 3세트 (무릎 대고 해도 OK)

물병/백팩 들고 로우 12회 × 3세트

물병/백팩 들고 숄더프레스 12회 × 3세트

코어

데드버그 10회(양쪽) × 3세트

3️⃣ 운동 후 30분 내 단백질을 챙기자, 이 타이밍이 mTORC1 활성화의 골든타임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중요한 건 단백질과 운동, 둘 다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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