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꺼내서 맺힌 것을 닦아내야 해

방황의 가치13_2014년 6월 23일

by 오랜

작업실에서 쓰는 내 커피잔이 어느 날 골골골 소리를 냈다. 인스턴트 커피인 카누를 대용량으로 사면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이다. 겉은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지만 안은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는 제품이다. 컵 안에 틈이 있어서 커피가 스며들어 나는 소리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안쪽엔 틈이 없었다.


골골골.


며칠을 소리 나는 컵으로 커피를 마시다가 무심결에 겉면의 바닥 부분을 돌려보았더니 돌아간다. 컵이 세 부분으로 분리 된다. 바닥, 겉, 그리고 속. 각자 다른 재질로 된 부분들이 분리된 것이다. 겉으론 보이지 않던 컵 안쪽엔 설거지하면서 스며든 물방울들이 맺혀있었다. 그대로 두면 물이 썩고 곰팡이가 쓸 것 같아서 깨끗이 씻어 바짝 말렸다.


골골골. 그 후론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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