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가치33_ 2015년 12월 4일
11월 어느 토요일, 주말 아르바이트를 위해서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당시 나는 보조작가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하고 습작에 전념하고 있을 때였다. 일은 최소한만 할 때인데, 그래서 가끔 있는 이런 아르바이트의 수익이 그다지 만족스럽진 않지만 꽤 짭짤한 것이 사실이었다.
버스 안에선 라디오 뉴스가 흘러 나왔다. 서울 시내 대규모집회 때문에 차벽을 설치할 것이니 교통 불편을 양해해 달라는 뉴스였다. 교통보다 뉴스자체가 불편했다. 그러나 온종일 바쁘게 일하느라 그 감정은 이내 잊혀졌다.
다음날 그날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60대 농민이 쓰러졌고 혼수상태라고 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 농민이 깨어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문득 몇 주 전 본 또 다른 뉴스가 떠올랐다. 1년을 땅에 기대 매일을 공들여 누렇게 물이든 벼를 스스로 쓰러뜨려 버리는 농민의 모습. 올해는 풍작이지만 싼 외산에 밀려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그랬다는데. 벼가 쓰러지는 것을 보는 농민의 표정은 겨우 울음을 참는 듯 했다.
모르긴 몰라도 물대포에 혼수상태가 되었다는 그 농민도 먹고 살아보겠다고, 오직 생존을 이유로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을 것이다. 도대체 그 분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서 이런 일을 당해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