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명랑하게 뛰어갑니다.

프롤로그

by 평온

사실 그림책 읽으며 명랑해지기는 쉽지 않아요. 그림책 독회 시간, 같이 읽고 싶은 그림책을 들고 온 선생님이 찬찬히 그림책을 읽어 주십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자신이 정한, 가장 가슴에 와닿는 장면이나 글귀를 보여줍니다. 그때까지는 다 고요합니다. 그다음 다시 돌아가면서 그 장면 혹은 글귀를 뽑은 이유를 말합니다.

우리의 앞에는 언제나 각티슈가 놓여 있습니다. 꼬박꼬박 손수건을 챙겨 오시는 분도 있구요. 어디선가 누군가 티슈를 톡 뽑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파문이 입니다. 눈물은 금세 전염되고 서로 티슈를 건네주고 등을 토닥여 줍니다. 친한 친구 사이냐구요? 아니요. 오늘 처음 뵙는 분도 있는걸요. 그러나 우리는 이 시간, 이 장소에서만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내 놓습니다.


먼저 약속해 주세요. 여기에서 나눈 이야기는 밖으로 가지고 가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여기는 우리의 안전지대, 무엇이든 말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만 나누는 비밀입니다. 속닥속닥.

고미 타로 <바다 건너 저쪽> 중

자신의 암 투병 사실을 처음 털어놓는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말하고 나니 조금 가벼워지셨다네요. 무거우셨을 텐데 다행이네요. 어릴 적 부모의 이혼 이야기, 잃어버린 혹은 잊었던 꿈 이야기, 육아의 어려움과 외로움, 질병과 돌봄의 이야기까지 맵고 쓴 삶을 우리는 그 자리에서 같이 맛봅니다. 워워~ 여기서는 충고나 조언은 하지 말아 주세요. 그냥 잘했다 괜찮다 수고했다 당신이니 그 정도라도 야무지게 할 수 있었던 거다... 경청과 토닥거림만 부탁드립니다.


울고 웃으며 서너 권의 책을 나누고, 하나하나 들고 온 간식을 나누고 나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탁자 위에는 우리의 눈물이 담긴 티슈들만 수북합니다. 자. 이제 우리의 눈물은 쓰레기통으로 슛~~~! 골인!! 와!!! 가족들의 출근과 등교 준비하며 잔소리와 분주함으로 속상하고 어수선했던 마음도 탄수화물과 당이 그득한 간식으로 녹여냈으니, 이제 조금은 명랑하게, 조금은 가볍게 다시 자신의 일터로, 집으로, 아이들에게로 뛰어갑니다.


금사빠답게 보자마자 그림책에 빠졌던 저는 아직 밀도 있게, 심도 깊게 그림책을 볼 능력은 안 됩니다. 그런데 그림책을 읽으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답니다. 가벼우면 가벼운 대로, 얕으면 얕은 대로 제 얘기를 쓰고 나면 저도 지금보다 조금은 명랑해지지 않겠어요?


제 명랑함이 전파되도록, 따스하고 다정한 그림책들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이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장석주 글 <대추 한 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