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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Jul 27. 2022

걱정을 참치처럼 해체해 보자

뭐? 요즘 걱정이 많아서.. 잠을 잘 못 잔다고?


자자 잘 들어봐. 짧게 설명해줄게.


걱정? 그거 다 부질없다. 지금은 그게 엄청 커 보이지? 한 달만 지나 봐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는 거야. 휘발성이 있다 이거지. 그냥 ‘아 그때는 그랬지’하는 정도? 추억의 한 조각이 된다는 거지.


지금 큰일이 날 것 같지? 아니야. 사람은 원래 작은 것도 크게 부풀려서 걱정하게끔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생존의 뇌가 그렇게 작동하는 거지. 그러니까 위기를 크게 감지하고 대비를 하게끔 작은 것도 아주 크게 부풀려서 스트레스를 뿌린다고.


예를 들면 원시시대에 동굴에서 자고 있어. 근데 뭔가 부스럭 거려. 그게 곰일 수도 있고, 호랑이일 수도 있고, 다른 부족 사람들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바람 소리일 수도 있잖아. 그런데 생존의 뇌에 감지가 되면 ‘엇! 뭐지 혹시’ 하면서 크게 반응하게 만들어 놨다는 거지. 그게 무엇이든 좀 크게 부각해서 스트레스를 뿌려야 생존에 유리하니까.  


그런 거야. 현재 우리가 속해있는 작은 세계관(동굴) 안에서는 그 문제가 정말 큰 것처럼 느껴지지만 조금 지나 보면 뭐, 그닥? 일단 문제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정해진 해법에 따라 찬찬히 대응하면 돼. 스트레스는 집중하기 위해 분비되는 거, 그건 알지? 사냥할 때 성공률을 높이거나, 위험한 곳에서 빠져나갈 때 집중하라고 스트레스를 주는 거잖아. 걱정이 되면 당연히 스트레스가 생기지. 집중하고 고민해서 대응(해결이라고는 안 했어) 하라고. 그러니까 우린 결과가 어떻든 지금은 대응만 하면 돼.


잘 모르겠지? 예를 들어볼게.


회사에서 퇴사를 당했어. 50살 넘어서 나이는 많고, 갈 때는 없어. 아이들은 크고 있고 미치는 거지.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일 거다. 이제 어쩌지. 좌절. 술 먹고 막. 그럴 필요 없다는 거야. 머리를 막 굴려야겠지? 뭐 하지 뭐 하지. 이력서를 내볼까, 작은 사업을 시작해 볼까, 택시를 해야 하나, 일단 놀까, 제주 한 달 살기나 가볼까 언제 해보겠어 등등 뭐 그렇게 방법을 찾으면 돼. 그리고 그렇게 대응하다 보니까, 또 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처음 걱정한 거보단 살만한 거지. 그런 거 아니겠어?


이별을 했어. 이 사람이랑 정말 좋았던 시간을 이제 다 버려야 돼.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어. 앗! 내일부터 못 본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어제까지 서로 살 부비고 속 얘기하고 다 했는데, 이제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야 한다? 미치겠는 거지. 이건 말이 안 되지. 어쩌지 이 사람을 과연 모르는 사람처럼 내 세계에서 지울 수 있을까. 나는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어리석었네. 바보 같았어. 미치도록 후회가 된다. 뭐 지금은 그렇겠지. 그런데 어쩌겠어. 싫다는데 그러면 이런저런 조언 듣고 스스로 생각 정리를 잘해서 보내줘야지. 인정하고.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면 음.. 생각보다. 지낼만한데? 인간이란 이렇게 이기적인 거구나, 망각의 동물이구나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거야. 그러다가 또 새로운 사람 만나면 어라? 그때보다 더 좋은데? 하는 거지. 그렇게 또 지나가는 거야. 연애라는 게 결국은 호르몬 작용이잖아. 그게 또 짝이 안되려니까 호르몬이 미치게 작동했던 건 거지. 다른 사람 만나고 하면 또 안정이 되고 그런 거지. 생각보다 인간은 그냥 동물이잖아.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너무 막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이런 건 어떨까? 내 머릿속에 온통 어떤 하나의 걱정으로 가득할 때는 말이야. 일단 1.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 2. 액션을 생각하고, 마지막에 3. 행동까지 해보는 거야. 술 먹고 막 부시고 막 여기저기 상처 내고 이러지 말고.    


(걱정) 아 미치겠네 왜 이지경이 된 거야

(인정) 일단, 뭐 어쩌겠어 기왕 벌어진 거 오케이

(고민) 어떡하지, 어떡하지 음..

(행동) 그래 뭐 되든 안되든 일단 이렇게 해보자. 답이 없다 마


이런 단계로 내가 얘기 안 해도 대부분 흘러갈 거야. 근데 이게 전체 프로세스를 머리에 넣고 있어서, 다음 단계를 이미 예상하고 있는 것과 모르는 건 차이가 있으니까 번호까지 매기면서 써놓는 거잖아. ‘그래 난 인정했어 그다음은 고민이지?’ 이렇게 되면 조금 빨리빨리 대응이 되니까. 한 군데 오래 머물러 있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 걱정되는 거? 결국 추억이 된다. 적절하게 대응하되, 너무 시간 많이 소비하지 말자. 시간 아깝다.


됐지?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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