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하자 대충.
그거 알아? 우리가 어떤 ‘해야 하는 일’을 마지막에 몰아서 하는 ‘벼락치기’ 있잖아. 그게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시작을 못하고 있다가 막판에 몰아서 하는 거래. 시간은 정해져 있고, 노력은 한계가 있고, 나올 수 있는 결과는 뻔하잖아. 그러니까 너무 조바심 내면서 잘하려고 하지 마. 힘들어. 인생 지구력이다. 대충 하자 대충.
조바심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예를 하나 들어볼게. 축구 경기에서 몇 점차로 지고 있어. 그런데 경기 시간이 진짜 얼마 안 남았어. 막 2분, 3분 이래.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세 가지 거든. 첫째 포기. 2분 안에 한 골을 어떻게 넣어. 우리 골대에서 저쪽 골대까지 가는 데만 2분 걸리겠다. ‘에라이 졌네, 졌어’하고 포기하는 거지. 두 번째 마음이 급해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거지. 막 반칙도 하고. ‘공 내놔 공!’ 하는 거야. 급하게 하다 보니 부상도 생기고. 뭐. 세 번째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침착하게 평소에 연습 때 하던 작전을 마지막으로 한번 실행해 보는 거야. 동료들에게 사인을 주고 ‘작전 2번! 2번 간다’ 차근차근 패스 패스. 뭐가 맞을까. 그런데 그런 경우가 꽤 있잖아. 몇 분 안 남기고 골을 넣어서 역전을 하는 일. 생각보다 많지 않아? 불가능하지 않다는 거지.
나이가 많아서 조바심이 난다거나, 남들에 비해서 내가 뒤처지고 있다거나, 다 시집 장가갔는데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니라거나. 이런 거 있잖아. 막 급하게 서두르면 실수하게 되고 다치게 되잖아. 이런 때는 침착하고 집중해서 찬찬히 문제를 풀어가면 될 것 같아. 오히려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잖아. 그러니까 너무 급하게 그러지 말고. 일단 ‘그래, 대충 하자. 어차피 결과는 이레나 저레나'라고 생각하고. 너무 이렇게 쫄리지 마. 더 안 나와. 마음은 그렇게 여유를 좀 가지고. 방법은 집중으로 해결하자. 결과 나올 거야. 어차피 지금까지 해놓은 게 있잖아. 논건 아니잖아?
그리고 너무 내 인생 남들과 비교하며 늦었다, 이룬 게 없다, 이번 생은 망했다, 이럴 필요 없는 거야. 대충 살아도 돼. 대충 유지만 해도 된다고. 생각을 해봐. 지금은 과학문명이 발전해서 그렇지. 예전에는 사냥하고, 띵가띵가 열매나 줍고 다니고, 날씨 좋으면 나무 밑에서 낮잠도 좀 자고, 인간은 그렇게 살았잖아. 그런 거야. 뭐 그렇게 큰 대단한 의미가 있겠어. 대충 배 채우고 삶을 유지하는 거지.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요. 번식이 두 번째요. 특히 사람은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세 번째라. 그런 거 아니겠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 삶에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하고 몰입해서 지금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는 거 이해해. 딱 거기까지가 좋아. 더 가서 막 축구. 반칙하고, 밀고, 넘어지고 이렇게는 하지 말자. 다치기만 다치고 성과도 안 나요. 일본 영화 '심야 식당 2'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 주말에 봤거든. '흐름이 안 좋을 땐 가만히 몸을 숨겨요. 삶의 형태만 유지하고 있어도 기회는 분명히 옵니다' 캬. 역시 마스터. 내 생각이랑 같아.
대충 하자 대충. 그거 안되면 죽냐? 경기 졌다고 뭐. 인생 끝나냐고.
가자 밥 먹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