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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Aug 04. 2022

대충 살아 대충

대충 하자 대충.


그거 알아? 우리가 어떤 ‘해야 하는 일’을 마지막에 몰아서 하는 ‘벼락치기’ 있잖아. 그게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시작을 못하고 있다가 막판에 몰아서 하는 거래. 시간은 정해져 있고, 노력은 한계가 있고, 나올 수 있는 결과는 뻔하잖아. 그러니까 너무 조바심 내면서 잘하려고 하지 마. 힘들어. 인생 지구력이다. 대충 하자 대충.  


조바심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예를 하나 들어볼게. 축구 경기에서 몇 점차로 지고 있어. 그런데 경기 시간이 진짜 얼마 안 남았어. 막 2분, 3분 이래.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세 가지 거든. 첫째 포기. 2분 안에 한 골을 어떻게 넣어. 우리 골대에서 저쪽 골대까지 가는 데만 2분 걸리겠다. ‘에라이 졌네, 졌어’하고 포기하는 거지. 두 번째 마음이 급해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거지. 막 반칙도 하고. ‘공 내놔 공!’ 하는 거야. 급하게 하다 보니 부상도 생기고. 뭐. 세 번째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침착하게 평소에 연습 때 하던 작전을 마지막으로 한번 실행해 보는 거야. 동료들에게 사인을 주고 ‘작전 2번! 2번 간다’ 차근차근 패스 패스. 뭐가 맞을까. 그런데 그런 경우가 꽤 있잖아. 몇 분 안 남기고 골을 넣어서 역전을 하는 일. 생각보다 많지 않아? 불가능하지 않다는 거지.


나이가 많아서 조바심이 난다거나, 남들에 비해서 내가 뒤처지고 있다거나, 다 시집 장가갔는데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니라거나. 이런 거 있잖아. 막 급하게 서두르면 실수하게 되고 다치게 되잖아. 이런 때는 침착하고 집중해서 찬찬히 문제를 풀어가면 될 것 같아. 오히려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잖아. 그러니까 너무 급하게 그러지 말고. 일단 ‘그래, 대충 하자. 어차피 결과는 이레나 저레나'라고 생각하고. 너무 이렇게 쫄리지 마. 더 안 나와. 마음은 그렇게 여유를 좀 가지고. 방법은 집중으로 해결하자. 결과 나올 거야. 어차피 지금까지 해놓은 게 있잖아. 논건 아니잖아?


그리고 너무 내 인생 남들과 비교하며 늦었다, 이룬 게 없다, 이번 생은 망했다, 이럴 필요 없는 거야. 대충 살아도 돼. 대충 유지만 해도 된다고. 생각을 해봐. 지금은 과학문명이 발전해서 그렇지. 예전에는 사냥하고, 띵가띵가 열매나 줍고 다니고, 날씨 좋으면 나무 밑에서 낮잠도 좀 자고, 인간은 그렇게 살았잖아. 그런 거야. 뭐 그렇게 큰 대단한 의미가 있겠어. 대충 배 채우고 삶을 유지하는 거지.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요. 번식이 두 번째요. 특히 사람은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세 번째라. 그런 거 아니겠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 삶에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하고 몰입해서 지금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는 거 이해해. 딱 거기까지가 좋아. 더 가서 막 축구. 반칙하고, 밀고, 넘어지고 이렇게는 하지 말자. 다치기만 다치고 성과도 안 나요. 일본 영화 '심야 식당 2'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 주말에 봤거든. '흐름이 안 좋을 땐 가만히 몸을 숨겨요. 삶의 형태만 유지하고 있어도 기회는 분명히 옵니다' 캬. 역시 마스터. 내 생각이랑 같아.


대충 하자 대충. 그거 안되면 죽냐? 경기 졌다고 뭐. 인생 끝나냐고.


가자 밥 먹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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