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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Aug 04. 2022

예뻐? 웃기지 마, 환상이야

아기 있잖아. 베이비.


젖먹이 아기들 보면 진짜 귀엽지 않니? 이렇게 안고 있으면 폭 감싸지는 게 진짜 예쁘거든. 내가 쳐다보면 또 나를 봐요. 우쭈, 우쭈 이러면 웃기도 하고. 아! 정말 예쁘거든, 귀엽고. ‘귀엽다'라는 말은 아기들한테 하라고 만들어진 단어구나 생각이 들 정도야. 근데 그거 맞는 거 같아. ‘귀엽다’는 진짜 아기들한테 하라고 하는 말 같아. 그래서 아기같이 귀여운 그런 느낌을 우리는 ‘귀엽다’라고 표현하는 거 같아. 예를 들면 봐봐. 어른인데 귀여운 사람. 아기 같다 이거야. 그리고 예쁜 여자나 남자도 가만 보면 약간 아기같이 생긴 사람은 예쁘다고 하지 않니? 누가 있을까? 누구 예쁘다고 생각하냐? 그 사람 잘 한번 생각해 봐. 아기같이 생겼지? 그리고 강아지, 고양이.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애들은 보면 하는 짓이 꼭 사람 아기 같은 그 느낌. 그걸 ‘귀엽다’고 하는 거 같아.


이거 느낌이 좀 오니? 아기를 안아본 적이 없으면 이 느낌 모를 수도 있는데, 일단 계속해 볼게. 그래서 어른인데도 예쁘거나 귀여운 사람을 볼 때 우리는 약간 착각? 같은 걸 하는 거 같아. 아기 같다는 착각. 그리고 그게 생긴 거뿐만이 아니라. 아기같이 착할 거 같고 이런 느낌도 같이 오잖아. 틱틱거려도 왠지 아기 같은 순수함이 있을 거 같은 그런 느낌? 그거 환상이다 이거야. 그거 되게 심각한 논리적 오류잖아. 생긴 것만 보고 ‘그럴 거 같다’니? 그래서 예쁘다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환상 같은 거라는 거지. 좋은 이미지에 대한 환상.


일단 우리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번식을 목표로 하잖아. 그래서 아기에게 호감이 가게끔 인류 진화론적으로 세팅이 되어 있고. 그래서 성인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아기를 닮거나 비슷한 이미지가 있으면 ‘예쁘다’는 생각과 함께 호감의 느낌이 쑥 올라오는 거 같아. 그런데 사실 그게 진짜 아기 같겠어? 아니지. 그건 환상, 착각이지. 고로 예쁘다는 건 환상이 만든 결과라는 거. 그게 내 결론이야.


‘와 저 사람 진짜 예쁘다’ 그건 환상이라는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이 사실은 안 예쁜 거냐고? 그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사람은 그냥 그 사람인 거라는 거지. 그냥 하나의 객체. 그 예쁜 사람이나, 니 주변에 못생긴 사람이나 똑같은 거라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들여다봐야 아는 거고. 그러면 좋은 면이 있을 수도 있고, 나쁜 면이 있을 수도 있고 그건 모르는 거지. 어쨌든 외모만 보고 호감이 드는 것은 환상. 환상은 내 상상력이니까, 정확하거나 올바른 판단은 아닌 거. 그거 얘기하는 거야. 그러니까 설렐 필요 없고. 생긴 거 말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성격, 주변을 대하는 태도 이런 걸로 호감, 비호감을 나눠야지. 않겠나 싶어서.


가끔 그런 경우 있어. 뭐 딱히 외모가 그렇게 '연예인처럼 예쁘다' 이런 건 아닌데. 그런데 같이 지내보면 되게 ‘아 이 사람 정말 귀엽다. 예쁜 사람이었네’ 이럴 때 있거든. 아! 이게 진짜지. 발견하는 거. '예쁘다'는 그때 쓸 수 있는 거지.


어때?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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