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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Dec 02. 2022

자신감은 레시피가 있어


“제가 좀 범사에 자신감이 없습니다. 그것이 고민입니다.”


이상한 퍼포먼스에 정말 기괴한 컨셉이다. 작은 무대 위에서 신데렐라에 나오는 마귀할멈 같은 의상을 한 여자가 큰 항아리 안을 국자로 휙휙 젓고 있다. 항아리 안에서는 액체가 끓을 때 나는 연기가 올라오는데, 무대 위 조명이 보랏빛을 띠고 있어서 연기도 보라색이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있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는지 여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사방에서 들려왔다.


“자신감이요. 좋습니다. 레시피를 드리지요”


조명은 오직 무대 위만 비추고 있어서 사방이 어두웠다. 일대일 연극 같은 건가 보다 하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래도 조금 무서웠다.


“믿음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믿음은 뭐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


어차피 내가 뭐라고 이야기 하든 짜인 대본이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맞습니다. 믿음은 맹목적인 신뢰하고 할까요. 그런 것이지요. 사실 진실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인간의 믿음만이 존재할 뿐이지요. 어떤 물건이 파랗게 보이는 것도 사실 그것이 진짜 파란색인지 아니면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색의 스펙트럼 중에 파란색이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우리는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뿐이지요”


여자는 국자를 계속 저으며 말하고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입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말을 하는 건지 녹음된 것을 틀어주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인간은 관념적인 것을 믿기도 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다짐, 많이들 하지 않습니까. 정말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사실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믿을 뿐이지요. 그리고 믿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에 변화가 발생합니다.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짜 약인데도 실제로 몸이 나아진다거나 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때 여자가 국자의 움직임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한쪽 눈은 여전히 모자에 가려서 안보였고 나머지 눈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조금 섬뜩해서 ‘오, 적절한 타이밍. 좋아’라 생각하며 애써 이것은 연극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그 믿음이 바로 자신감의 레시피입니다. 나는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멋진 사람이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식의 믿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신감 넘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믿음 그러니까 자기 암시에 능한 사람들입니다. 반대로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은 그 반대로 믿는 사람들이지요. 아시겠습니까?”


답변을 구하는 듯 말이 없기에 “아, 네”라고 대답했다. 뭐, 그래야 빨리 연극이 끝날 테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후 여자는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정말 딱 마귀할멈 컨셉의 웃음소리였다. 소리가 너무 커서 이건 좀 듣기 거북하다 하고 생각할 때쯤 ‘쩍!’ 하고 마치 아주 큰 바위가 갈라지는 듯 굉음이 나더니 주변 전체가 암전 되었다.


그때, 나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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