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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근해 Nov 27. 2023

[육아일기] Ep39. 그들이 없다

엄마 인생 3년 차,
매일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소중한 일상, 그곳에서 얻는 행복과 배움을 공유합니다.


Ep39. 그들이 없다







“뭐? 나 빼고 아이랑 여행 간다고?”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평일에 경주로 놀러 가기로 했다.


평일에 시간내기가 쉽지 않은

내 직업 특성상

난 참석하기 어려웠다.

      

처음엔 속상했다

잉?? 나 빼고 간다고??

너무 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지만


이 생각은 금세 바뀌어

내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았다.

     

“깍! 우리 남편이랑 아기가 없대!!!"


까악!!!!!!!!!!!! 진정한 자유다!


'아 2박 3일 동안 뭘 해야 하지?'


'와 처음 아니야?

 아이 낳고

33개월 동안!

아이랑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잖아!

나 혼자서 시간 보낸 적이 없었잖아!!!'

     

야호!!!!!!!!!!!!!!     


생각만 해도 설렜다

친구를 만날까?

어디 놀러 갈까?

영화를 볼까? 뭘 먹으러 갈까??

뭘 해야 내가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행복한 생각으로 가득 찼었다


난, 누구를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은 확실히 아니기에

계획되어 있던 회식도 못 간다고 양해를 구하고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내기로 하였다.     


그저 누워서 티브이를

 주야장천 보고 싶었다.

          

내게 이런 날이 많이 없으므로,

못 봤던 드라마를 정주행 하기로 결정하고

맛있는 거 시키고 깔깔깔 거리며 드라마를 봤다.     


누군가에겐 이게 무슨 힐링인가 싶겠지만

내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딱 4시간 정도가 행복했던 것 같다.


점점 따분해졌다.

아이가 없으니 심심해졌다.

     

평소 아이랑 놀고 있을 땐

“와... 심심해보고 싶어”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게 주어진 시간이

심심하다고 느껴지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며

흘러가는 시간을 보니..

허무했다.     


힝..

잠도 안 왔다..

새벽 두 시가 되었는데도

잠들지 못했다..      


아이랑 있을 때는

아이랑 놀다가 10시도 되기 전에

먼저 잠들기 일쑤였는데.;;


결국 이날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아이 또한 여행 첫날밤에

엄마를 찾아 울고 그랬다고 해서

훗.

조금의 위안을 얻었다.   

  

역시 우리 둘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구나.

     

하루도 안 지났는데

보고 싶었고

힘들 더라도

내 옆에 아이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시간이 주어져도

신나고 기쁘게 보내지 못한

내 모습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이 시간을 통해

나에게 아이의 존재의 의미를 깨달았고

내 삶의 전체가

아이에게 젖어있음을 알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아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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