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욕망의 다낭 2차 여행2

욕망은 착각이고 갈증일 뿐이었다

by 김정훈

불꺼진 다낭의 풍경

호텔이 보이지 않자 소중히 여기던 가방을 바닥에 던져놓고 손을 흔들며 차 뒤를 쫓아간다. 다행히 차가 멈춘다. 나를 보고 멈출 정도라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을 텐데, 그 순간이 아주 슬로우 비디오로 느껴진다. 사람이 절벽에서 떨어질 때 뇌의 반응과 비슷한 느낌이다. 내가 기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알고 구글 지도를 보면서 간판에 불 꺼진 호텔을 손으로 가르킨다. 호텔 평점을 보고 예약했는데, 길가에 있었는데도 두 건물 사이에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서 못 봤던 것 같다. 낯선 곳의 불 꺼진 밤은 왠지 폐허처럼 느껴진다.

호텔 로비로 들어가니 직원이 소파 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다. 저번은 7만 원대, 이번 호텔은 4만 원대라고 이렇게 다른가? 혹시 객실에 쥐벼룩이 있거나 담배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불안했다. 다행히 객실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평생 몸을 가린다는 철학으로 살아온 나조차 호텔에 선입견을 갖다니. 아침 조식도 저번보다는 못했지만 괜찮았다. 이번에는 나 혼자 쓰는 방이라 늦거나 말거나 원 없이 샤워를 하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또 습관적으로 미케비치를 걸었다.


욕망의 끝은 갈증!

그리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한시장으로 힘차게 걸었다. 황X 이발소를 찾아 힘차게 걸었다. 오늘 기적이 일어났다. 큰길로만 걸어가서인지 구글 지도도 눈에 들어오고 용다리도 보인다. 찾던 이발소도 눈에 들어온다. 이발소 앞까지는 욕망이 나를 인도했다면, 들어가려는 순간은 염려가 나를 가로막는다. 쭈낏쭈낏,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은 설렘도 있었지만 불안함도 있었다.


상상하던 이발소 직원의 모습은 없었다. 내 생각보다는 나이가 많고(참, 60대가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순간 스치고 지나간 아오자이의 정숙한 여인은 낯선 환경에서 내 뇌가 만들어낸 이상형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예쁘다고 자기최면을 걸며 서비스를 받기로 한다. 뉴스에서 본 건 있어서 지갑과 여권은 손에 꼭 쥔 채... 그런데 마사지복을 안 내준다. 유튜브 내용과 다르다. 내가 너무 긴 반바지를 입고 왔나?

나는 여인이 보기 전에 몰래 반바지를 접어 올렸다. 그런데 내가 접어 올린 게 어색했는지, 그녀는 내가 베드에 눕자 접었던 것을 도로 편다. 감추어진 욕망이 드러나는 것 같아 민망했다. 아끼는 지갑은 바구니에 넣었다. 샴푸, 마사지, 면도, 귀 파기, 각질 제거를 받을 때 유튜브로 봤던 환상은 다 깨졌다. 60대가 되니 젊을 때의 감각세포가 둔해진 모양이다. 마음은 흥분인데 몸은 차분이다.

엄마 무릎을 베고 귀를 파던 기억을 아름다운 여인이 재현해 주길 바랐던 환상은, 내 귀의 신경세포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깨져버렸다. 귀를 깊이 팔수록 설렘보다는 '이거 잘못 파면 큰일 난다'는 자기보호 본능이 발동해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가 파낸 것을 보여주자, 나는 불순한 목적을 숨기기 위해 놀랍다는 표정으로 엄지척을 했다. 목적은 불순했지만 결과는 참 건전했다. 욕망을 해결하려고 행하면 행할수록 환상은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갈증만 심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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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깔끔한 모습으로 한시장에서 미케비치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은 왜 이리 덥고 발은 무거운지. 한강 다리의 용 대가리는 왜 이렇게 어설프게 생겼는지... 그 땡볕을 걸어오는데 해변은 왜 보이지 않는가. 지금 보면 가까운 거리였는데 도보 여행을 하는 나에게는 미로이자 고난의 행군이었다.


욕망의 실행 결과는?

나의 욕망은 꺼지지 않았는지 식사 후 호텔 주변을 또 걷는다. 그런데 유리창 너머로 젊은 처자가 발 마사지를 해주는 게 보였다. 머리도 깎아주는데 5,000원이라고 한다. 방금 귀를 파고 왔는데도 웃으며 붙잡는 예쁜 처자에게 홀린 듯 끌려 들어간다. 머리 깎기, 귀지, 샴푸.각각의 가격이 계산 되어 청구되는 케이스다.. 미친놈. 아까 몸이 굳어 엄살을 부려놓고 귀지는 왜 또 판다는 말인가. 그래도 예쁜 처자가 내 몸을 만진다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 5000원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이것 저것 다 주문했다. 한국으로 치면 싸다는 생각에 주문하고 나니 배보다 배꼽이 더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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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이 문제다. 가게마다 호객하는 처자는 참 예쁘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호객하던 처자보다 조금 못생긴 처자가 샴푸를 한다. 그래도 기대했다. 여기는 분업이니까 귀지는 호객하던 예쁜 처자가 파주겠지? 그런데 웬걸, 아주 덩치 크고 레슬링 선수 같은 아줌마가 들어온다. 설마 했는데 갑자기 머리에 의사 같은 밴드형 조명을 쓰고 나의 귀를 판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돈이 아까워 팠던 귀를 하루에 두 번 팠다. 그건 아픔이 아니라 공포였다. 그녀의 실력은 프로였지만 나는 불안했다. 내 귀가 귀지 공장인지 그녀는 전과물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그리고 남자가 나타나 내 머리를 자른다. 이놈은 대체 어디 있다 나왔나? 그래도 마지막 희망, 머리를 다 깎으면 젊은 여인의 손길로 샴푸 마무리를 해주겠지 기대했다. 그런데 웬일, 바람으로 털고 끝이다. 어떻느냐는 표정에 나는 또 불순한 의도가 들킬까 봐 엄지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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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머리를 자른 후 신기한 일을 경험한다. 머리가 짧아졌는데 계속 머리카락이 내려와 눈을 찌르는 바람에 한 달간 고생하다 결막염에 걸렸다. 하품하거나 물을 삼킬 때마다 귀가 울리는 체험도 했다. 욕망은 해결되지 않고 상처만 남았다. 끓어오르는 욕구가 무기력으로 변해도, 나는 그날 밤 미케비치 바람을 맞으며 맨발 걷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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