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하 Mar 11. 2024

오페라 관람기회가 생긴다면

오페라 공연감상 팁

오페라를 대하는 자세

우선, 과거로 돌아갑니다. TV나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오페라는 오늘날의 K-팝 공연이나 영화 관람을 하러 가는 것과 맞먹을 만큼 대중적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럽 사람들은 평범한 옷차림으로 공연장에 음식도 가져가고, 공연 중에 함성도 지르고, 야유를 퍼붓기도 했었다고 음악사 문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오페라 스타가수를 쫓아가며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일도 흔했었다고 하죠.  특출 난 음악적 소양이 있지 않은 관객들도 즐겼던 공연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주눅 들 필요가 없죠. 현대인의 음악적 수준은 최소한 당시 유럽사회의 서민들 보다는 비교 우위에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한민국 국민은 최소 9년 이상 음악교육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걸어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조애가 깊습니다. 녹음 기술이 없던 과거에 음악 들을 기회가 없어 극장만을 찾아다녀야만 했던 그들보다 여러분의 수준이 더 높은 게 확실해 보입니다. 

이에 더하여 오늘날의 사람들은 오페라 환경에 무시하지 못할 만큼 노출되어 있습니다. 카르멘에 나오는 <하바네라>나, 마술피리 속 <밤의 여왕 아리아>, 리골레토 속 <여자의 마음> 등을 감상해 보세요. CF광고나 드라마의 배경음악 단골 메뉴임을 단 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합니다. 이 밖에 수많은 오페라 서곡이나 합창곡도 영화나 드라마의 OST로 쓰이죠. 여러분이 뭐가 부족해 오페라를 어렵게 느낀다는 말입니까?


장르 알아보기

 오페라 관람 전 장르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도 추천합니다. 영화 관람 전, 최소한 액션인지, 멜로인지, SF인지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이 이득이 되듯, 오페라도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볼거리 중심의 규모가 큰 오페라(그랜드 오페라)인지, 르와르식의 진지한 오페라(오페라 세리아)인지, 로맨틱 코미디와 같은 오페라(오페라 부파)인지를 알아보고 가는 것이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됩니다. 영화 관람에서 처럼 대략의 줄거리를 미리 알고 가는 것도 좋습니다. 몰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오페라 공연에서는 무대 옆쪽에 자막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레미니센스(reminaicence) 이해하기

또 한 가지의 흥미를 더하자면, 레미니센스 (reminaicence, 회상음악)를 찾는 것입니다. 오페라 중 처음에 나왔던 유명한 주제 멜로디가 변주된 형태로 이후 다른 막의 장면에 반복적으로 연주되는 오페라 기법입니다. 관객들은 “아, 이 멜로디!” 하며 처음에 이 멜로디가 나왔던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되죠. 가령, 오페라 라보엠의 1막에서 주인공 미미와 로돌포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 나왔던 멜로디 라인(Mi chiamo mimi 부분)이 4막에 미미의 죽음 직전(Addio senza rancor)에 다시 나오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처음 만난 그 순간을 회상하도록 하는 식입니다. 연극이나 영화와는 달리, 오페라는 과거로 돌아가는 회상 장면이 없다는 점에서 레미니센스 기법은 이를 대체할 만큼 제법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공연 전 주요 곡 감상

 마지막으로, 유튜브 등 음악 앱을 통해 오페라에 나오는 주요 서곡, 아리아, 합창곡을 미리 들어보는 것도 좋은 사전 준비입니다. 음악이 익숙해지면, 관람을 할 때 연주자의 라이브 공연에 대한 기대치가 배가 됩니다. “오늘 공연의 지휘자와 가수들은 이 곡의 크라이맥스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까?”하며 말입니다.

위에 언급한 레미니센스 이해와 미리 들어본 주요 곡들을 마음에 담아 가면 2~3시간에 걸친 긴 오페라 공연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내가 준비한 만큼 이득을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밖의 감상 Tips.

* 오페라 관람 시 좌석 선택 – 2층 앞 쪽이 VVIP석

* 원작 알아보기 – 당시 대문호들, 셰익스피어, 괴테, 빅토르 위고, 앙리 뮈르제의, 보마르셰 등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대다수임

* 오페라 가수 알아보기 – 실력이나 명성도 중요하지만 해당 오페라 언어의 국가 출신 가수가 주인공이면 금상첨화

* 드레스 코드 – 훌륭한 음악가들과 거장의 작품에 대한 예의 정도로 생각하고 깔끔한 옷차림이 원칙. 꼭 정장이 아니어도 됨. 참고로,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추천하는 공연 드레스 코드는 "격식에 맞는 편안한 옷차림."

이전 03화 가곡? 가요? 뭐가 다르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