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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하 Mar 18. 2024

필란트로피스트 모차르트

프리메이슨 & 박애주의

 ‘모차르트’ 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는 부유한 천재 음악가입니다. 맞습니다. 자라온 환경에 걸맞게, 그의 작품에는 고전적인 우아함과 순수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때론 장난스러움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당시 음악가들의 급진적인 혁명이나 계몽에 관한 태도를 그의 작품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죠. 개인적인 고통, 절망 등을 투영시킨 곡조차 찾는 것도 어렵습니다. 정돈되고 균형감 있는 그의 곡들은 오늘날 태교음악 1순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 있는 단정한 고전파 클래식의 전형입니다.  


프리메이슨

 반전이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당시 비밀 결사체인 ‘프리메이슨’의 회원이었다는 것이죠. 이 단체는 사회에서 가장 홀대받던 여성과 하인에 대한 평등을 주장했었습니다. 사교적 모임이었음에도 “모든 사람은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박애주의 사상(필란트로피즘, philanthropism)을 무게감 있게 지지했습니다. 당연히 모차르트도 이 단체의 신조에 영향을 받았죠. 

 혹자는 모차르트가 사람과의 만남이 좋아 거기에 갔을 뿐, 사회 계몽에는 별 관심이 없었을 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천만의 말씀! 당시 오스트리아 궁정에서는 이 모임을 불순한 단체로 규정하고 압박을 가했습니다. 이곳에서 활동하거나 평등을 선동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감옥에 가두었을 만큼 무시무시한 탄압을 행사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공포감이 몰려드는 상황으로 인해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에서 탈퇴했다는 기록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핍박에 굴하지 않을 만큼 ‘박애주의’ 사상에 대한 진지한 마음가짐이 있었다는 것이죠. 그저 술이 좋아, 사람 좋아 참여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Why 모차르트?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부유했던 모차르트가 뭐가 아쉬워 이 단체에 회원이 되었을까?” 그는 여행 마니아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유럽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죠. 당연히, 귀족과 서민, 부자와 빈자,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현실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궁정 음악가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유럽 각 국의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모차르트의 자유분방한 성격은 이런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죠. 당시 억압적 사회의 분위기는 자유분방한 그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모차르트 3대 오페라에서

 모차르트의 프리메이슨적 사상은 그의 3대 오페라에서 모두 비칩니다. 이 작품들의 대본은 하나같이 귀족들의 여성 편력과 타락을 조롱하고 풍자해 놓았습니다.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초야권’(영주가 자신의 하인의 신부와 초야를 치를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려 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마지막에는 주인공 백작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망신당하고 반성하며 막을 내립니다. <돈 조반니>에서는 주인공인 귀족 돈 조반니가 지옥 불에 잡혀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죠. 역시 불평등을 즐기는 귀족들의 체면에 손상을 입히려는 그의 의도가 명백히 드러납니다. <마술피리>에서는 프리메이슨의 상징들이 암호처럼 은밀하게 녹아들어 가 있습니다. 이 단체가 상징하는 숫자 ‘3’을 강조한 작곡기법, 프리메이슨 입회의식을 본떠 연출한 장면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모차르트가 빛나는 이유

이와 같이 그의 오페라들 속에는 하층민의 고통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박애주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는 평민의 억울함과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귀족들의 행태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나 봅니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피가로의 결혼>을 포함한 3대 오페라는 서민들의 지지를 받아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오늘날 까지도 사랑받는 걸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인류에 대한 “평등한 사랑”이라는 메시지까지 남겼습니다. 물론 방탕한 사생활로 인한 흠결이 있지만, 그의 음악인생 전반에 걸쳐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이 큰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제부터 모차르트의 작품을 대할 때, 그의 심연에 있는 인류애적인 가치를 공감하며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덧붙임 1.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이중창, Sull’aria>을 감상해 봅시다.

 결혼을 하루 앞둔 하녀 수잔나와의 하룻밤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는 남편 알마비바 백작을 골탕 먹이기 위해 가짜 편지를 작성하고 있는 아내 로지나 부인과 수잔나의 유명한 듀엣곡입니다. 귀족의 타락에 대한, 계급 간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덧붙임 2. 그의 쓸쓸한 말년

박애주의 적 성향을 가진 모차르트는 대주교와 영주들과의 마찰로 번번이 궁정음악가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러곤 프리랜서 작곡가의 길을 가기로 선택했죠.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프리랜서지, 그냥 배고픈 음악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이후 그의 마지막 10년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고, 35세의 이른 나이에 석연치 않은 원인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모차르트는 음악뿐만 아니라, 인류에 대한 박애의 메시지까지 남겼습니다. 물론 방탕한 사생활로 인한 흠결이 있지만, 그의 음악인생 전반에 걸쳐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이 큰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제부터 모차르트의 작품을 대할 때, 그의 심연에 있는 인류애적인 가치를 공감하며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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