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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킴 Mar 25. 2024

그 음악이 슬픔을 안아주다

음악의 카타르시스 효과

그 시절, 그 음악

파리의 한 식당. 악명 높기로 유명한 음식 평론가가 프랑스 가정식 라따뚜이를 한 술 입에 넣자마자 눈물을 흘립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의 한 장면이죠. 무엇이 이 괴팍한 독설가의 마음을 녹게 했을까요?

 우연찮게 버스에서, 자가용에서 학창 시절 즐겨 들었던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무의식 중에 그 시절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져 나오는 경험을 한 번쯤 해 보셨을 듯싶습니다. 때론 그것들이 내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하고...


음악의 카타르시스 효과  

정신 분석학 용어인 ‘카타르시스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과거의 좋았거나 혹 싫었던 기억조차도 다시 떠올리며 그에 대한 솔직한 자기감정을 표현하여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영원히 숨기고 싶은 마음의 상처조차도 일부러 꺼내어 객관적으로 바라다보는 방식의 심리치료법이지요.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한 카타르시스 효과는 이미 여러 대학교의 실험에서 증명된 치유방법입니다. 호주 제임스 쿡 대학교의 실험의 예를 들면, 자기만의 음악을 들은 190명의 실험 대상자가 감상하는 중에는 긍정, 부정, 슬픔, 기쁨 등의 다양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그러다가 감상을 마친 후에는 모두가 카타르시스의 여정을 지나온 결과로, 만족감, 평안,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음악과 함께 은밀한 시간

마음이 비교적 건강한 사람도 평생 마음 한 구석에 숨기고 싶은 아픔이나 약간의 허전함이 있다면, 그 시절 그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비용도 안 들뿐더러 전문가의 음악추천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어릴 적 즐겨 듣던 음악을 그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내가 나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거죠. 그 무엇보다도, 어떤 사람도 개입할 수 없는 ‘음악과 나’ 둘 만의 은밀한 시간이라는 것에 최고의 안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웃어도 보고, 울어도 보고, 솔직한 심정을 속으로 말할 수 있죠. 사람에게 털어놓기 망설여지는 감정을 음악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음악”을 통한 카타르시스는 유익하면서도 안전합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에 음악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자, 우울한 당신들이여! 가장 어려웠던, 행복했던, 개구쟁이였던 시기에 듣던 음악이 있습니까? 과감하게 그 시절, 그 음악을 틀고, 시원하게 작정하고 눈물을 흘려 봅시다.


덧붙임. 감정의 객관화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우울증은 슬픈 감정과 나 자신을 동일시할 때 심해진다.”라고 합니다. 내 존재와 슬픔이 한 몸이라 느끼고 하염없이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이죠. 우울함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슬픈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면, 이런 부정적 일체감이 분리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아프게만 할 것 같은 눈물이 슬픈 감정과 나를 분리시켜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하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는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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