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에는 박수 에티켓이 있습니다. 엉뚱한 타이밍에 박수를 쳤다가는 당신 스스로가 그날 공연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는 옥에 티가 될 수 도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성경에 ‘시의적절한 말은 은쟁반의 금 사과’라는 격언이 있듯이, 시의적절한 박수는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의 한 요소가 됩니다. 콘서트 장에서 지켜야 하는 아래의 박수 예절을 숙지하여 클래식 음악회의 품격에 손상을 입히는 실수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죠.
1. 연주 중 박수 (X): 주로 흥겨운 음악이 연주될 때, 혹 나도 모르게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는 경우가 있었나요? 안됩니다. 특히, 교향곡, 실내악, 예술가곡 등의 공연에서는 아무리 경쾌한 멜로디로 연주가 되어도, 연주 도중 박수를 쳐서는 안 됩니다. 연주가들은 시간이라는 틀에 음악을 수놓습니다. 음악에서의 시간은 그림에서의 캔버스와 같습니다. 연주 중 박수는 화가가 그린 그림에 낙서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행위이죠. 악보에 담겨있는 음표 이외에 어떤 것도 개입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예외는 있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만약 연주 중 지휘자나 연주자가 관객들에게 박수를 치라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그땐 그들의 리드를 따라야 합니다. 음악 속에 박수를 포함시키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2. 악장이나 연가곡 사이의 박수 (X): 만약 당신이 4악장으로 구성된 하이든 교향곡 <놀람>을 관람하는 중 1악장이 끝났다고 박수를 치면 안 됩니다. 마지막 4악장(피날레) 까지가 한 곡의 마무리이기 때문이죠. 이렇듯 교향곡은 서너 개의 악장으로 분리는 되어 있지만, 하나의 제목과 공통된 주제를 갖고 있으므로 마지막 4악장까지 들어야 한 곡을 들은 것입니다. 이것을 한 ‘스테이지(무대)’가 끝났다고 말하죠. 이후, 무대에 있던 연주자가 퇴장하거나 아니면 다른 연주자가 입장하기도 합니다. 좀 헷갈리면 연주자가 인사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성악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라는 연가곡은 총 24개의 독립된 곡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관된 체계와 이야기를 엮은 하나의 큰 곡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므로 역시 24번째의 곡을 모두 감상한 후 박수를 쳐야 합니다. 또 다른 경우는, 당사자인 성악가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주제를 만들어 서너 개의 곡을 묶어 연주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하나의 ‘스테이지’인 것입니다. 당연히 스테이지의 마지막 곡이 끝나고 박수를 치면 됩니다. 역시 혼란스러우면 인사할 때 박수를 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죠.
3. 오페라 관람 중 박수 (O): 위의 2번 항목과 사뭇 다른 박수 에티켓을 따라야 합니다. 오페라는 독창, 중창, 합창 형태의 ‘노래 멜로디(칸타빌레 Cantabile)’ 들이 ‘말하는 듯 한 멜로디(레치타티보 Recitativo)’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레치타티보 부분을 제외한 독창, 중창, 합창 등의 음악에서는 각 각의 곡을 마칠 때마다, 막과 장의 시종과 관계없이 박수를 칠 수 있죠.
오페라가 대중적이었던 18-19세기 당시 관객들은 오페라의 스토리와 극 중 아리아 등에 자극을 받을 때마다 호응, 갈채, 야유, 비난 등의 반응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관습화되어 오늘날 까지도 한 곡이나 짧은 장면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친다고 합니다. 참고로, 함성과 함께 손뼉 칠 때 브라보!(Bravo!)는 남자, 브라바!(Brava!)는 여자, 브라비!(Bravi!)는 여러 명의 가수를 외칠 때 쓰는 표현임을 알고 구분하여 활용합니다.
예외가 있습니다. 음악적인 연속성을 중시하는 통절 오페라 (Through-composed opera)에서는 극 중에 박수를 치지 않습니다. 주로 바그너의 <파르지팔>과 같은 독일 오페라들이 이 유형에 들어가죠. 이런 오페라들은 한 막(act)이 끝나고 박수를 치는 것이 예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