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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킴 Jul 29. 2024

현대인이 듣는 그레고리안 성가

그레고리안 성가:천상의 노래

중세, 음악의 암흑기

음악사에서는 중세시대를 “음악의 암흑기”라고 일컫습니다. 당시, 막강한 교회의 권력이 유럽의 정치와 사회에 위세를 떨쳤습니다. 따라서, 종교의 통제를 받은 작곡가들도 엄격하고 제한적인 음정의 도약이나 화성적 진행의 규칙을 따라야만 했죠. 가사 또한 교회 전통을 따르는 기도문, 성경구절을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암흑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통제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꼬리표를 달기에는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그레고리안 성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검색어 "그레고리안 성가"를 입력하고, 조회수가 많은 영상을 선택하여 감상해 봅시다.   

중세교회의 그레고리안 성가는 단성음악(하나의 선율, Mono Phony)으로 작곡된 경건한 교회 성가입니다. 21세기 첨단사회를 사는 오늘날에도 10만~100만 단위의 조회 수를 기록할 만큼 즐겨 찾는 클래식입니다. 평온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중세음악의 멜로디에 매료된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세는 음악기법의  성장기
 이 성가곡들은 현대의 온음계의 효시라 할 수 있는 6음음계가 사용되었고, 네우마라는 인류 최초의 악보에 담겨, 이후 다성음악 (화음)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암흑이라 일컫는 시대에 음악의 기틀을 마련한 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11세기에는 '귀도 다레쪼'라는 음악가(수도사)가 오늘날 누구나 알고 있는 계이름 “도레미...”를 고안해 내었고, 돌림노래처럼 시간 차를 두고 두 개의 독립된 멜로디를 연주하는 대위법도 만들었으며, 지금의 5선보의 시초인 4선보도 그가 창안하였습니다. 또한, 오늘날의 4부 합창을 하듯이 4개의 성부로 나누어 부르는 다성음악도 이때 시작되었죠. 음악사적으로 뼈대가 되는 작곡기법들이 창안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중세는 암흑기가 아니라 “음악의 성장기”로 바꿔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확실한 기악음악의 암흑기

그러나 약점 하나가 있으니, 바로 기악곡입니다. 당시 교회에서의 악기 사용은 거룩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의 목소리만이 예배에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악기는 세속 음악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발적인 연주를 즐기면서 발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악곡의 암흑기였던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행히 교회에서 겨우 하나 건진 악기가 있습니다. 바로 파이프 오르간입니다. 이 건반악기의 깊고 넓은 파장을 통한 소리는 높은 교회 천장을 울리며 천국의 문이 열리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겠죠.
 
결국 중세음악은 원시적인 음악을 규격화된 것으로 만드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으며, 음악의 발전에 기틀을 마련한 시대임에는 분명합니다.

덧붙임. 대표적 다성음악 곡들 중 하나인 카논(돌림노래 형태)의 형식을 편곡하여 만든 '리베라 소년 합창단'의 <상투스>를 감상하여 보자. 가히 천국을 맛보았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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