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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하 Jul 15. 2024

콩쿠르 강국, 클래식 약소국

성과주의와 클래식

최다 콩쿠르 우승

1980년 대 성악가 조수미, 지휘자 정명훈 등을 필두로 최근 2020-23년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조성진으로부터 지휘자 윤한결 까지 세계 3대 국제 콩쿠르에 한국 음악가들이 우승을 휩쓸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약 2~3년 간 대략 30~40명 정도의 대한민국 국적의 음악가가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에 우승을 했다고 하니, 콩쿠르 강국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죠.  

무대 수용능력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은 국제콩쿠르 우승자들을 수용할 만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을까요? 이 점이 좀 아쉽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 대중들의 클래식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은 바로 옆 나라 일본에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한류 타임스 기사 (2021년 9월 28일)를 인용하면 “세계 클래식 음악시장의 약 2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고, 일본 전역에서 콘서트 홀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도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린다.”라고 했습니다. 앞 서 언급한 쇼팽콩쿠르 우승자 조성진도 한국보다는 오히려 일본에서 아이돌 그룹과 같은 한류 스타로 상상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부족한 유료관객수

한국은 유료관객이 턱없이 모자란 것이 큰 문제입니다. 아직도 무료티켓 없는 공연관람은 망설이게 되고, 설령 유료로 사서 볼 마음이 있어도, 일본에서 같은 수준의 공연 티켓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람들의 발길이 콘서트장에 닿지 않고, 제작사는 매 번 적자가 뻔한 공연기획을 망설이게 된다고 합니다,  

 성과주의의 명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클래식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에서, 일본이나 미국보다 많은 콩쿠르 우승자를 배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 <K-클래식 제너레이션>을 제작한 벨기에 음악 감독 티에리 로로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첫째, 눈부신 경제 성장.
둘째, 체계적인 영재 교육 시스템
셋째, 부모의 헌신적인 지원

문화적 환경보다는 성과주의에 초점을 맞춘 결과로 보입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명성을 얻고, 같은 국민으로서 자부심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죠. 다음단계로 이어질 무대가 부실합니다.   

 또한, 국가적인 지원 이전에 일반 관객들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국제대회 우승자만이 아닌, 예술 자체에 대한 순수한 관심이죠. 개인의 수준은 국제 콩쿠르 1등이 결정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 국가의 클래식 수준은 국민들의 관심과 공연 수용 능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K-클래식의 미래

그래도 희망은 보입니다. 앞 서 언급한 로로 음악 감독은 고령화되어 가는 유럽의 클래식 관객들에 비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국의 젊은 관객들에게 점수를 더 주었습니다. 젊은 세대들의 클래식에 대한 개방성이 유럽보다 강하다는 것입니다. 클래식의 중심이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현상이라고도 했죠.

비단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모두가 최다 콩쿠르 우승 보유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으로, 혹은 작은 책임감으로 공연 티켓도 구매해 보고, 클래식 앨범도 사고, 악기도 배워가며 자신과 국가의 격을 동시에 높이는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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