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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하 Jul 01. 2024

교향곡, 라이브로 들어야 하는 이유

오디오가 힘든 클래식

오디오로 끝까지 듣기 버거운 클래식이 있습니다. 교향곡이죠. 3~4개의 커다란 악장구성과 100여 대에 이르는 대규모 기악으편성된 입니다. 이 장엄 연주를 스피커로 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웅장한 그랜드 캐니언 협곡을 고작 한 뼘의 사진에 담는 것과 같습니다. 골짜기의 모양은 갖출 수 있지만, 그 장대한 부피와 넓이는 표현할 길이 없죠.

라이브 현장에서는, 대규모로 편성된 악기들의 소리가 높은 아치형의 천장과 예민한 음향판에 반향 되어 울려 퍼집니다. 이어폰과 스피커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공명이죠. 오디오로 듣는 교향곡이 시끄럽거나 진부하게 들리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진동수(herz)는 비슷하게 맞출 수 있어도, 진동폭(amplitude)을 재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진폭의 차이가 클수록 음질의 차이도 커집니다.
반대의 예를 들면, 소편성 기악곡일수록, 진폭의 차이가 줄어, 오디오와 라이브의 간격도 줄어듭니다. 작은 꽃병 하나를 사진에 담으면, 실물과 사진 간의 사이즈에서 오는 괴리감보다는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에 집중하게 되는 것과 같죠. 규모 차이로 인한 어색함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소규모 현악곡은 차 한잔 마시며 듣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클래식 음반 시장에서 실내악이 인기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교향곡은 고전파 시대 하이든이 정립한 이후, 낭만주의 중기와 후기에 와서는 그 절정에 이릅니다. 대표적으로 베를리오즈의 <레퀴엠>의 경우에는 4관 편성과 함께 100여 명의 오케스트라와 200여 명의 합창단의 규모로 연주했었습니다. 합창이 포함되지 않는 <환상 교향곡>도 확대된 2관 편성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만큼의 어마어마한 사이즈였죠. 이런 장대한 음악을 첨단 오디오 혹은 TV로 듣고 본다 한 들, 라이브와의 간극을 얼마나 줄일 수 있겠습니까?
 
자, 그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대표 공연장에서 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면, 두 번 생각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교향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반드시 누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오디오 감상이 의미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라이브 공연장에 가기 전, 해당 교향곡을 미리 감상하면, 현장에서의 감동은 배가 됩니다. 다음 오게 될 악구와 악절 속 멜로디를 기대하며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교향곡만큼은 라이브로 들읍시다!

덧붙임 1. 오페라, 오라토리오, 미사곡 등도 규모가 큰 클래식입니다.

덧붙임 2. 연재 1화  <인내심이 필요 없는 음악 감상법>을 참고하며, 오디오 시스템으로 교향곡을 감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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