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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킴 Aug 05. 2024

클래식, 누가 들을까?

개관적 세계관 지향
클래식은 객관적 세계관을 갈망할 때 듣는 음악입니다. 개인적 감정을 투영하기 위한 음악은 아니죠. 조용한 가운데서 타인 혹은 대상이 들려주는 울림의 의미를 사료하는 분야입니다. 순간의 이끌림보다는 책임감이나 존중 등이 전제된 이성적이고 성숙한 사랑을 하는 행위와 비슷합니다.

에릭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에서는 사랑을 위한 기술 습득의 한 방법으로 자신의 숨소리에 집중하는 '명상'을 제시했습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묵상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할 필요가 없는 정중동의 내면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클래식 감상의 목적은 클래식
만화책이든, 문학소설이든 읽는 행위는 모두 독서입니다. 그러나 만화는 개인감정의 환기나 즉각적인 흥미 유발을 목적으로 읽는다면, 문학소설은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 한 문장마다 메아리치는 메시지를 발견하여 희열을 느끼려고 읽습니다. 이와 같이 클래식도 목적이 클래식이어야 얻어 갈 선물이 생깁니다.

가끔 영화나 cf의 배경음악으로 클래식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는 거죠. 나쁘지 않습니다. 최소한 주제 멜로디 하나는 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진정한 감상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긴 악장 중 극히 일부만을 떼어 영상에 붙이기 때문이죠. 또한, 시시각각 움직이는 영상으로 인해 감상의 다양성이 침해받습니다. 화려한 화면의 시각적 효과가 음악을 압도하여 자신만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게 만듭니다.

냉철함을 갈망하는 현대인
현대인들은 클래식과 같은 정중동의 음악을 듣고 기엔 분주하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편입니다.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21세기의 삶에 어울리지 도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냉철한 이성'을 갈구합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를 매뉴얼대로 진행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합니다. 9회 말 만루에 등판하여 무표정으로 돌직구를 던져 게임을 끝내는 사람들 말이죠. 이런 정돈된 마음을 이미 준비해 놓은 사람이 클래식 감상에 유리합니다. 물론 감상 자체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있지만, 그것 역시 목적이 되어서는 음악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정리합니다. 클래식은 분위기를 위해 듣는 음악이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고요함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순간 감상하는 음악입니다. 비교적 중년 이후 클래식을 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앞만 보며 달리던 시절을 보내고, 차분한 내면의 공간적인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젊어서 클래식을 즐기는 당신이라면, 깊은 사유의 유희를 일찍부터 깨달은 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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