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해?
8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잘가요 언덕에서 목을 축인 새끼 제비가 파란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는 작은 두 발로 수면을 힘껏 박차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해. 상상만으로도 예쁜 그림이 그려지지 않니?
서지정보
지은이 : 차인표
제 목 :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출판사 : 해결책
출간연도 : 2021년 11월 26일
페이지 : 총 240면
가 격 : 12,000
작가 소개
배우로 더 유명한 차인표 작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어. '유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본인을 '배우 겸 소설가'라고 소개하더라.
책 소개
이 책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필수 도서로 선정된 책이야.
작가는 '캄보디아에서 55년 만에 돌아온 위안부 훈 할머니'를 뉴스로 보다가 화나고,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서 글을 쓰기 시작했대. 훈이 할머니가 누군지 궁금하지? 할머니의 이름은 '이남이'야.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일제강점기 때 17살이었던 소녀는 식민지에서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위안부로 강제 징용되어 끌려갔어. 할머니가 되어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어렵게 돌아올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이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대. 한국말을 잊어서 의사소통도 어렵고 캄보디아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향수도 갈수록 깊어져서 결국 캄보디아로 다시 가셨어. 작가는 처음엔 죄인들의 범죄를 널리 알려 응징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글을 쓰면서 우리 할머니들이 그들을 용서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싶어 졌다고 얘기해.
줄거리
이 책의 배경은 1931년 가을 백두산 산기슭 호랑이 마을이야.
아버지와 함께 백두대간을 헤매며 백호에게 복수하려는 용이, 순수하고 심성이 고운 촌장님 댁 소녀 순이, 부모가 없어 늘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는 훌쩍이 그리고 일본군 가즈오 마쯔에다가 등장해.
호랑이 마을 사람들을 공포로 떨게 한 사나운 육발이(발이 여섯 개인 호랑이)를 잡은 아버지 황포수와 용이는 마을에서 특별 대우를 받게 돼. 그 모습을 질투하던 엄대 패거리는 용이네 무기를 가지고 산으로 올라갔다가 돌아오지 못해. 그 사건으로 용이와 아버지는 쫓기듯 마을을 떠나.
7년 후 순이는 샘물이라는 버려진 아이를 키우고 있고, 일본군 가즈오의 부대는 군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마을에 머물게 돼. 걱정과는 달리 일본군은 마을 사람들과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어.
인구조사인 줄만 알았던 상급 부대의 지시가 사실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 징집이었다는 걸 알게 된 가즈오는 일본의 야만적이고 천인공노(*)할 일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괴로워해. 사실 가즈오도 순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거든. 가즈오가 괴로워하는 장면이야.
p124
"순이 씨는 어떤 이름으로 죽고 싶습니까?"
"전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어요. 한 아이가 아닌 여러 아이들의 엄마. 아이들이 울 때 업어주고, 아플 때 어루만져 주고, 슬플 때 안아 주고, 배고플 때 먹여주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평생 살다가 아이들과 헤어질 때쯤 되면...... 아이들도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겠죠?"
"순이 씨, 미안하지만 당신은 결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지 못할 것입니다."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순이를 막던 훌쩍이는 총을 맞고 먼 길을 떠나는데, '훌쩍이는 더 이상 훌쩍이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했어.
잡혀갔던 순이는 가즈오의 부하에 의해 탈출을 했고, 용이는 일본 부대에 불을 지르고 순이를 찾아 호랑이산 움막으로 도망가는 데 성공했지만 일본군은 순이와 용이를 추적하기 시작해.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을 꼽자면 숨 막히는 상황에서 둘의 대화 장면이었어.
p194-195
"용이야, 넌 힘들 땐 어떻게 했니?"
"그냥...... 참았어."
"용이야, 이제 그만 백호를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모르겠어 용서를...... 어떻게 하는 건지."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열이 나는 순이를 위해 노랑만병초를 구하러 갔던 용이는 일본군이 설치한 덫에 걸려 다치고, 가즈오는 순이를 찾아 마지막 사과를 해.
p 219
"순이 씨,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 나라에 와서 전쟁을 해서 미안합니다. 평화로운 땅을 피로 물들여서 미안합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당신을 짓밟아서 미안합니다. 순결한 당신의 몸을 찢고, 그 아름다운 두 눈에 눈물 흘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결국 가즈오는 일본군 병사들에게 잡혀 죽게 되고, 용이도 총을 맞고 낭떠러지로 떨어져.
뒷 이야기에서는 잘가요 언덕을 70년 만에 찾은 쑤니 할머니가 샘물이를 만나는 장면이야. 샘물이는 다리가 한 짝밖에 없는 남자가 맡기고 갔다며 나무 조각을 내미는데 그 조각엔 '따뜻하다, 엄마별'이라고 쓰여 있어.
추천 이유
최근에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됐어.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40명 생존자는 7명뿐이고, 평균 연령이 95.7살이래. 지금은 교과서에서 지워진 내용이지만, 나때는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이었어. 할머니들이 아직까지도 배상과 사과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아프고 슬퍼지 않니?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고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면 잊혀질 수도 있겠지만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고통스럽고 슬펐던 과거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길 바라는 진심으로 마음이야.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슬프고, 어둡게만 쓰지 않고 따뜻하게 녹여낸 장면들이 있어서 인상 깊었어. 스토리 라인도 탄탄해. 단어 하나하나도 어쩜 이리 예쁘게 표현했는지~ '잘가요 언덕, 호랑이 마을, 오세요 종, 언덕 위 꿀밤나무, 엄마별...'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면서도 울림과 여운이 오래 남았어.
작가 차인표의 말이 울컥해.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책에서라도 그분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
*천인공노(天人共怒) : 하늘과 사람이 함께 노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럽거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