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포포 선생님의 마술
기회가 된다면 아이 졸업 전에 포포선생님과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새 학년이 되면서 우리 아이가 달라졌다.
4학년 말에 받은 학교생활기록부엔 좋은 평도 있었지만,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을 어려워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걸을 때가 많다'는 선생님의 글이 매직아이처럼 도드라져 엄마인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평생 남을 생활기록부에 이런 말을 쓰시다뇨- 차라리 빼주시면 안 돼요?'라는 말을 마음 속으로 백 번쯤 아니 한 천 번쯤 되뇌었던 것 같다. 앞으로 만날 새 담임 선생님은 내 아이보다 생활기록부를 먼저 볼 텐데 내 아이를 선입견으로 바라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검은색 옷을 고집하고, 공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내 아이.
말수는 적고, 눈에 띄는 걸 싫어하니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의지가 없는 아이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담임선생님께 면담을 요청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그런 아이가 5학년이 되면서 달라졌다.
어느 날부터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가끔은 짧게 이야기해 주기도 했고, 아침엔 직장인인 나보다 더 먼저 집을 나섰다.
학기 초에 아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담임선생님은 어떠셔?"
"좋아."
평소라면 대꾸도 하는 둥 마는 둥 했을 텐데 우리 선생님은 엄마랑 나이가 비슷해 보인다는 정보까지 덧붙인다. 말하는 표정만 봐도 학교가 재미있는 곳이 되어가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안심이다.
포포 선생님은 학기 초부터 아이들에게 직업을 하나씩 맡겨주었다. 우리 아이는 '우체부'를 맡았는데 본인이 맡은 직업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한 달이 지나고 다른 친구에게 자리를 빼앗겼을 때, 직업를 되찾겠다며 면접은 어떻게 보는 것인지 묻기도 했었다.
(한 달 뒤 직업을 되찾고 전화로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단순 심부름을 하는 역할이었지만, 선생님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는 자신감을 얻는 듯했다.
이후로도 아이는 티 나지 않게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나에게 내비쳤다.
'심심해서- 그냥- 하는 거야.'라고 말은 했지만, 반에서 열리는 공기 대회를 앞두고 공기알을 요리조리 던져가며 연습했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날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조용하게 대본을 읽었다. 일기도 최대한 길게 써가려고 애썼다. 그렇게 아이의 하루가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갔다.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세심한 눈길로 살피시는 선생님.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작은 것도 크게 키워 주신 선생님의 마술 같은 칭찬 덕분에, 우리 아이가 한 뼘 더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