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타치오 에스카르고

오랜만에 너무 닮은 빵을 먹으니 옛날 생각이 났다.

by 서리태

휴일 삼각지 카페에 와서 커피와 함께 피스타치오 에스카르고를 주문했다.

테디뵈르 하우스-피스타치오 퀸아망

달팽이를 닮은 모양에 피스타치오가 콕콕 박힌 페스츄리 평소 좋아하지만 의외로 파는 곳이 많이 없어서 많이 맛본 적은 없다.

오랜만에 피스타치오 에스카르고를 먹으니 맨 처음 요런 빵을 맛봤던 게 기억이 난다.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런던에 있는 유명 베이커리로, 시그니처인 피스타치오 에스카르고를 맛보기 위해 오픈런을 했었다.

바삭한 페스츄리 사이사이에 가득 박힌 피스타치오와 원물맛 가득한 피스타치오 페이스트는 환상적인 맛이었고, 그날 이후부터 나는 피스타치오와 사랑에 빠졌다.


당시에는 아직 한국에 피스타치오가 유행하기 이전이었고,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맛이 아닌, 견과류 가득한 맛의 고소한피스타치오는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들 것 같아 영국을 떠나면서 아쉬워했고, 떠나기 전 다양한 피스타치오 디저트를 가득 맛봤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국에서도 피스타치오가 유행을 하기 시작했고(SNS가 발달하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유행하는 것도 얼마 후면 바로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놀라웠다.) 지금은 동네 카페에서도 어렵지 않게 진한 피스타치오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그래서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다양한 피스타치오 디저트를 맛봤었는데, 다양한 변형된 디저트들을 맛보다가 오랜만에 내가 처음 맛본 영국의 피스타치오 페스츄리와 똑 닮은 피스타치오에스카르고를 만나니 처음 피스타치오 디저트를 맛봤던 영국의 베이커리가 문득 떠오른다.

영국-미엘 베이커리

1년을 휴학하고 영국으로 갔던 나는 당시 많이 어렸고, 당시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 가장 자유롭고 행복할 시기라고 생각해서 매일매일 하고싶은 걸 다 하려고 노력하며 여행했다.

지금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를 졸업하며 그러기 위해 많은 과정을 배우고, 졸업 이후 여러 회사에 취직하고, 꿈을 찾아 퇴사하기도 하면서 성장해나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일에 상처받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하면서 그때보다 많이 어두워지고, 우울해진 것 같다.

물론 세상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며, 바쁜 세상 속 여기저기 치이며 살다 보면 다양하게 상처받기 마련이다.



꿈과 현실의 괴리에 슬퍼하다가 어느새 체념한 채 받아들이고 살아가기도 하고, 스스로가 안쓰러워져서 내심 눈물이 나기도 하는게 삶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슬퍼하다가도 어느 날 문득 떠오른 과거의 기억은 당시의 어렸던 나와 마주하게 하면서 당시의 나와 많이 다른, 사회에 물들어 많이 재미없어진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세상 살면서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은 많이 없고, 때로는 좌절하고, 실패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걸 알지만 어느날 그게 느껴지는 순간 조금은 슬퍼지는 것 같다.

그래도 이겨내고 살아가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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