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일까?
정희원노년내과교수가 생로병병병병
노쇠 돌봄 요양원이라고 했다
어쨌든 100세까지 사니
관리 잘하라는 말이다
4월인가?
올봄에
7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키가 큰 할머니가
노인 유모차를 끌고 처음 방문하셨는데
정신이 온전해 보이지 않았다
오만 원을 손에 들고
내가 오만 원 줬잖아라고 했다
거스름 돈을 받아 손에 들고
또 오만 원 줬잖아
문 앞을 나가다가 다시 돌아서서
오만 원 줬잖아
문밖에서 걸어가다가
돌아서 오길래
내가 얼른 나가서
할머니 손을 잡고
돈 여기 있어요라고 외쳤다
4번을 돌아와서
아 정말 치매환자구나 했었다
그런데 여름을 지나면서
드라마틱하게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한 달에 두 번 정도 방문하면서
여러 말씀을 하셨다
내 머릿속에 꽈리가 있다고 했다
어느 병원이었나
이대병원이었다
예약해서 다시 검사해 봐라
예약 전화 못하겠다
대신해 드리려는데 계속 통화 중이어서
지하철 알려드리고
병원 안내데스크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했다
다음에 오셔서 예약했다고 했는데
그다음에 와서 안 갔다고 했다
기도원에서 기도만 열심히 하면 된단다
그다음엔 오빠를 찾고 있다고 했다
자기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이 찾고 있다고 했다
이북에서 왔는데
오빠가 서울대 교수여서
여동생과 자기가 한 번씩 가서
돈을 받아와서 생활을 했는데
올케가 좋아하지 않아 연락이 끊어졌다
그런데 10년 전쯤 허리수술을 했는데
병원비가 없어서
병원에서 오빠를 찾았다
오빠가 와서 병원비를 주고 갔다
그때 전화번호를 또 잃어버렸다
그런데 오빠를 찾는 이유가 기가 막혔다
오빠는 부자니까 돈을 좀 받아야 한다
아니 오빠가 지금 연세가 얼만데
이제 교수도 아니잖아요
80 몇 살인데 지는 연금을 받잖아
인간은 자기상황보다 많이 앞을 못 본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나를 부자라고 생각하듯이
이 할머니도
연금으로 생활하는 80대 노인을
엄청 부자라고
여동생인 자기에게 돈을 줘야 한단다
갑자기 그 뉴스가 생각났다
중소도시에 작은 건물을 가지고
건물 위층에 살고 있던 70대 부부가
변을 당했다
평소 자신에게 돈을 안 준다고
앙심품은 사촌동생이 범행을 저질렀다
우리나라 친척들은
왜 자기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내 주위에
작은 건물 가지고 있는 세분이 있는데
대출이자도 있고 건물 유지가 힘든단다
옥상 방수 3백만 원
공사 작은 것도 몇 백씩
몇백 원짜리 셔터고리 몇 개 박아도 40만 원
문 힌지교환도 30만 원
기술자들은 부르는 게 값이란다
그래서 건물주들이 유튜브보고
자기가 공사하고 청소까지 하느라 힘들단다
빌딩 주인인데 아들 전세금을 못해줘서
월세로 사는 아들이
부모가 돈 있는데
안주는 줄 알고 원망한단다
건물을 팔면 자산은 있어도
지금 여유롭게 사용할 현금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허상을 가지고 있다
그 다음번에 온 할머니 말씀은
외국인과 결혼한 자기 언니가
영국에 사는데
자기 죽으면 주택연금을
동생이랑 받으라고 했단다
지금 90살이 넘었는데
요양원에 있다고 한지 오래됐단다
같은 교회 교인인 변호사에게
언니가 보낸 편지가 있단다
자기는 시장상가위 작은 집에 있는데
교회목사가 추천한
정신이 약간 이상한 여자애랑 살고 있어
스트레스가 많다
복지관에 공짜 점심신청하고
독거노인 영구임대 아파트 신청도 한다고 한다
치매 할머니의 망상이라기에는
스토리가 너무 잘 짜여 있어
어디까지 진실인지 모르겠지만
할머니는 이제 좀 정신이 맑아진 것 같다
저절로 들은 많은 사람들의 사연
짧다면 짧은 인생사가 너무 다양하다
부디 맑은 정신으로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