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통사람
나는 부모님의 자랑인 착실한 학생이었다
대학도 담임선생님과 아버지가 결정하셨고
불만 없이 감사하며 살았다
압구정 현대 디자이너 샵에 가보고서야
내가 독특한 패션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1년에 한 번 디자이너 합동 세일을 할 때
입지도 못 할
등 파진 블라우스
사선으로 잘린 스커트
비대칭 옷 등을 사곤 했다
스커트는 내가 구입한 후에
TV에서 여자연예인이 입었고
블라우스도
김희선이
드라마에서 입고 나왔었다고 자랑했다
글쓰기도 초딩 작문 수준이다
특출한 게 없다
모든 게 딱 그 정도인 보통사람이다
그 정도인 게 감사하다
내가 재능이 뛰어난 천재였으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한강작가님은 집필할 내용이 고통스러워
3년간 울면서 글을 썼다고 했다
내가 아끼는 천재 싱어송라이터는
아르바이트하며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하고
작곡해 둔 노래만
10년 동안 백곡이 넘었다
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노래들을 위해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도 만들었었다
각 분야에 많은 천재들이 있지만
그중 99%는
세상에 재능을 펼쳐보지 못하고 살 거다
down to earth 한 우리 가수는
위대한 문학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패션이든
다 일상을 위해 만들어진다
작품만을 위한 세상은 없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흥을 위해
존재하는 거다
그래서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어느 분야든 상위 1%의 천재들이
99%를 먹여 살린단다
부디 천재들이 나타나
가라앉는 우리나라를 구원해 주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