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식사
휴일 아침 10시 30분에
5년 이상 늘 가던 솥밥집이 있었다
우리가 1번 손님이다
일찍 도착하면 근처를 걷다가
개점하는 11시에 맞춰서 들어간다
우리랑 비슷하게 오시는 분이 있다
할아버지인데
처음에는 만화가 허영만 씨인 줄 알았다
나이 드시면 다 비슷해지는지
모자 쓰고 안경 쓰시고 닮았다
근처에 요양원이 있어서
면회 온 친지들이 단체로 보이기도 하고
옆에 어린이축구장이 있어서
학부모들이 단체로 오기도 한다
인근 공장에서 밤일하신 분들
이삿짐센터 아저씨들
사다리차 아저씨
솥밥을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보는 내게 남편이
아이처럼 호기심이 많다고 한다
식사 후에는 공원 안을 걷기도 하고
길을 빙 돌아가서 동산에 올라가 보기도 한다
산 올라가는 거 싫어했는데
여기서 산길 걷는 기쁨을 알았다
바깥 산길을 따라
무조건 걷다가 돌아오는 길이 없어
군부대 안까지 들어가게 된 적도 있고
이상한 방향으로 나와서
주차 한 곳으로 가려고 택시를 부르려는데
카카오 택시가 안 됐다
겨우 버스를 타니 기사분이
여기는 택시가 없다 택시의 무덤이란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즐거웠다
그런데 봄에는 날벌레떼들
여름에는 모기떼
겨울에는 눈이 녹아서
신발이 질컥질컥한 진흙에 파묻혀
차 안이 엉망이 되어
남편이 겨울에는 산에 안 간다고 선언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가 문 닫는다고 종업원이 알려줬다
연세 많으신 주인 부부가 건물을 팔아
자기들도 직장을 잃었단다
우리는 크게 낙담했다
내 휴일을 책임지던 고마운 솥밥집
그 뒤 새로 들어온 찌개집은 매워서 패스되고
몇 달 뒤 공원 위쪽에 있는
불고기 갈비탕으로 메뉴를 바꿔
휴일 10시 30분에 출발하는
아침식사는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