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습지
8월 말 휴가는
순천 여수 쪽으로 잡았다
고즈넉한 소도시 순천에
도착하여
순천만 국가정원을 갔다
평일이고
보슬비가 오락가락해
한적했다
아름다운 꽃정원을 산책한 후
모노레일을 타고
순천만습지로 갔다
역에서 내려
습지까지 걸어가려니
너무 멀었다
여기도 습지니
이미 다 봤다고
핑계 대며
다시 모노레일을 타러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른쪽에 관찰로라는
표지판을 보고
내리막길을 들어선 순간
마치 시공간이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다
키보다 큰 갈대숲이
바깥의 소음을 차단했고
바람에 갈댓잎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심장이 철렁 떨어지고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리고 앞을 본 순간
입을 틀어막았다
수천 마리의 작은 게 들이
인기척에 놀라
펄떡펄떡 뛰고
휙휙 날아다니며
갈대 사이로 숨느라 난리였다
정신 차리고
카메라를 꺼내니
순식간에 다 사라져 버렸다
늦여름 보슬비 오는 해 질 녘
순천만 습지에서
수천 마리의 작은 게 들이
날아다니는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
문 닫은 공원 매점에서
칠게빵 문구를 보고
그 게 들의 이름을 알았다
칠게 덕분에
순천 여행은
정말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