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부터

야구장 앞 아파트

by 우주

신혼집이

잠실운동장 앞이었다

당연히 자주

야구 보러 다녔다

야구장 가까운 아파트동에서는

야구장의 함성에

베란다 창문이 흔들렸고

어떤 날은

함성메아리가

단지 안에 울렸다

평일에는 퇴근 후

야구장 출구에서 기다리다가

7회가 끝나면

공짜로 들어갔다

넓은 초록 잔디 구장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희열이 있었다

나는 야구경기도 좋았지만

여름밤

라이트 켜진

초록 구장을 보는 것도

정말 행복했다

8.9회가 더 박진감 있었다

어떤 날은

홈런과 역전타도 보고

연장전까지 볼 수 있어

공짜야구의 맛에 빠졌었다

손님이 오면 저녁접대 후

같이 야구 보러 가기도 했다

아기가 백일도 되기 전

야구장에 가서

함성이 터지면

우는 아기 귀를 막고 달랬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아기 안고

꼭대기에서 비를 피하며

연장전까지 보기도 했다

진짜 철부지 부모였다

아파트 입구에서

각 구단이

어린이 회원에게

모자 잠바 등

선물을 줘 물욕에^^

여러 구단에 가입했다

시즌권이 더 싼 지

우리가

총며칠을 갈 수 있는지

세어보기도 했다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될 때까지

야구 관람은

우리의 즐거움이었다

잠실구장은

젊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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