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꾼을 보다
일요일은 야구장에
관중이 많아
위쪽에 앉았다
그 남자는 등장부터
내 눈길을 끌었다
장사하러 온 줄 알았다
그을린 피부 땅딸한 몸집
반바지 슬리퍼 차림에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들고 왔다
같이 온
덩치 큰 여자 둘은
맨 위 통로 바닥에
돗자리 깔고
음식과 수박을 꺼냈다
그 여자들은
야구는 관심도 없고
먹고 떠들고
부채를 부치며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나는 남자를 관찰하고
남자도 위에서
주변을 쭉 둘러봤다
그때 먹이가 포착되었다
회색 양복 입고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온
초식 동물 같은
마른 남자였다
롯데가 1회부터
두들겨 맞고 있어
대패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그 남지가
아저씨 부산서 왔어요?
하며 접근했다
네 비행기 타고 왔는데
라며 양복이 짜증을 냈다
그 남자는
롯데팬의 자존심을
교묘하게 자극하며
안타 1개 얼마
홈런 1개 얼마
이러면서
내기에 끌어들였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나는 속으로
아저씨 안 돼요
오늘은 롯데가
질 것 같아요
내기하지 마세요 외쳤다
바보 같은 양복은 말려들어
수십만 원을 꺼내주고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 남자 때문에
그날은 경기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